활동 이야기

아주 특별한 사진전

경찰의 불법채증을 규탄하며

2월초 경찰 채증에 관해 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경찰이 사회단체 활동을 불법채증한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채증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혹과 심증으로만 존재하던 경찰채증의 실태를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년 전쯤이던가요. 조현오 경찰청장이 경찰청 로비에서 채증사진전을 하면서 우수한 채증사진을 찍은 경찰을 포상하는 이벤트를 했더랍니다. 경찰청 주최 채증사진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2월 4일 인권단체들도 ‘불법채증규탄 기자회견과 특별한 사진전’을 개최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얼마간 긴장감이 넘쳐났습니다. 경찰은 전날부터 계속 전화를 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기자회견 장소인 민주노총 대회의실까지 오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어요. 물론 저희들은 경찰이 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사진들은 크게 세월호 집회(2014.5.17/8.11), 경찰 내부 풍경(2015.1.5), 오체투지 집회(2015.1.7)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찰은 세월호 집회의 경우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오체투지 집회의 경우 권영국 변호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오체투지 참가자들을 ‘집중’하거나 ‘연속촬영’의 방식으로 채증하였습니다. 이런 사진들로 보아 사실상, 인권옹호 활동에 대해 경찰이 사찰해온 증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당시 세월호 집회는 이미 집회가 종료된 상황이었고 오체투지는 신고 된 합법집회였습니다. 불법상황이 아님에도 경찰이 신고 된 집회에 사복을 입고 시민들을 채증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사진들에는 경찰 내부 풍경이 담긴 것도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채증카메라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채증사진에 관해 수사목적으로 사용한 후에는 폐기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 뿐 채증된 사진자료가 수사의 목적으로 쓰인 이후에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경찰은 ‘수사’라는 이름을 대며 채증된 자료에 관해서는 어떠한 접근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사례를 통해 경찰이 채증된 사진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곧 채증된 사진들이 관리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하기 얼마 전 1월 20일 채증활동규칙(아래 ‘채증규칙')이 개정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개정된 채증규칙은 경찰의, 경찰에 의한, 경찰에 위한 채증규칙 개정이었습니다. 경찰은 ‘집회참가자 인권 및 경찰 채증활동의 합리적 기준 마련을 위한 채증규칙 개정’이라고 홍보했으나 이번 개정된 채증규칙은 이전 채증규칙보다도 후퇴하였습니다. 가령, 경찰 개인 스마트폰으로 채증을 할 수 있도록 한 점, 의무경찰도 채증할 수 있도록 한 점, 채증을 할 수 있는 요건이 여전히 모호한 점(불법행위 또는 이와 밀접한 행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채증에 대한 시민의 통제력이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마구잡이 경찰의 채증을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경찰력에 관한 시민의 통제력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 시민들이 집회 현장에서 계속 항의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도로서 통제할 수 있는 노력도 함께 해야겠지요. 이를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경찰채증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넣도록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