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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호의 인권이야기] 대통령의 서문시장 화재현장 방문, 위로의 자격을 묻다!

11월 30일 새벽에 도착한 상인들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이는 삶의 현장이었던 서문시장 상가건물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딘 화재 진화작업은 상인들의 심장을 찔러왔다. 발만 동동 구르면서도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더욱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평생 일구어놓은 삶의 근간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는 서문시장 상인의 슬픔과 서러움을 그 어디에 비할 수 있으랴?

그런데 박근혜 씨는 이날 서문시장 방문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다. 이른바, ‘박근혜게이트’가 밝혀져 두문불출하였던 그가 35일 만에 행보가 서문시장의 화재현장이다. 물론 국정책임자로서 응당 화재 피해현장에 신속한 피해구제와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재발방지를 민심을 경청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기본적인 책무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사건을 접하면서 그가 참사 당일 도대체 무엇을 하였는지, 국정책임자로서 어떻게 책임을 졌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그는 헌법을 유린한 범죄자이자 스스로 하야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피의자’ 박근혜인 것이다. 모든 국정을 중단하고 ‘대통령’에서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화재참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문시장 상인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을 했단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그를 늘 따뜻하게 맞아줬던 서문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무관심하거나 싸늘했다.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은 그가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자주 찾았던 곳이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그가 올 때마다 늘 환호를 보냈다. 그는 상인연합회장 등의 현장 안내를 받았고 화재로 점포를 잃은 상인들을 만나지 않은 채 별다른 말없이 10분 만에 서문시장을 떠나 상인들이 반발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이날처럼 그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애초 오후 3시 방문으로 알려진 일정은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가, 다시 방문하는 걸로 확정됐다. 방문 확정 후에는 시각이 오락가락 했다. 애초 오후 3시로 예정됐다가 오전 11시께, 오후 1시 30분으로 바뀌었다. 도착 직전까지도 오후 2시에 온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마치 007작전처럼 그의 방문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숨겼다.

이 사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의 서문시장 방문은 애초 정작 화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문시장 상인을 위로하거나, 억장의 무너진 상인들의 고통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경청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지를 포장할 ‘사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억장이 무너져 있는 상인들을 만난 것도 아니었고, 서문시장 화재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현장회의가 열린 것도 아니었다. 10분 만에 서문시장을 다녀간 현장에는 화재로 억장이 무너진 서문시장 상인의 황량한 분통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위로받아야 할 서문시장 상인을 철저히 유린하고 이용한 것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영상 캡쳐

▲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영상 캡쳐



우리는 지난 세월호 사건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그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확인하였다. 세월호 안산분향소에서 보여준 그의 사진 한 장. 그 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의 국민담화에서 약속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조위는 해산되었다.

화마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문시장의 상인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위로와 애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로와 애도는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 자격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심전심의 ‘마음’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그는 서문시장 현장에 할애하였던 10분은 그럴 자세도 없었음을 또 다시 보여 주었다. 그래서 국민이 요구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국민의 삶의 고통과 함께 할 수 없을뿐더러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가 그나마 남은 유일한 위로와 애도는 스스로의 하야뿐이다.

덧붙임

서창호 님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의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