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오름 > 인권이야기

[가원의 인권이야기] Dear Ms & Mr President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조직 내 운동

며칠 전 동료들이 노조파괴를 그만하라며 투쟁하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문화제에서 노래공연을 했다. 동료는 고심 끝에 민중가요 대신 한 유명 팝 가수의 곡을 선택했다. 제목은 <디어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에게 말을 거는 형식의 노래로 노숙인, 아동,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쩐지 나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 이 노래를 시민사회단체 “프레지던트(president)”에게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인권을 주창하면서 활동가의 권익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몇몇 시민단체장들의 면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노동자를 지지하는 문화제에서 노래하는 동료 활동가<br />

▲ 유성기업 노동자를 지지하는 문화제에서 노래하는 동료 활동가


모르긴 몰라도 우리 사회 많은 시민사회 단체장들은 군사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그 이후 추구하는 가치를 쫒아 사회운동에 투신한 사람이 대다수일 테다. 반면 나는 민주화 이후 대학을 다니며 학생 운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지향하는 이념이 뚜렷하지 않은 채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충분한 고민 없이 인권 단체 활동을 업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포부나 사회변혁을 꿈꾸진 않아도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그 일이라는 게 내게는 인권운동이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한 활동이 어찌된 셈인지 해가 갈수록 혼란스러워졌다. 하는 일은 인권의 가치를 좇는데 정작 에너지가 방전된 활동가들의 쉼을 보장하거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운동을 보장하려는 조직적 노력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 즈음 “활동가는 일당백이어야 한다” 는 칭송 혹은 저주 같은 주문에 쓴웃음이 났고, 활동가 개인의 역량에 기대어 사업이 겨우 겨우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언제 누구하나 떨어져나가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환경인데, 끊임없이 활동가에게는 희생이 요구되고 있었다. 누구 말마따나 “희생”이라는 단어가 희생당하고 있었다. 그 희생을 밑천삼아 단체는 확장되었으되 몇몇 명망 있는 개인으로 표상되는 단체에서의 노동은 운동의 의미를 탈색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믿고 의지하는 동료가 다년간 활동으로 심신의 고단함을 호소했다. 정작 활동을 그만 둘 생각을 하니, 본인이 맡은 책임이 다른 동료에게 전가된다는 생각에 동료의 눈은 금세 눈물이 고였다. 심신이 지친 활동가가 왜 그런 고민까지 해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하고 동시에 암담함을 느꼈다. ‘아! 활동가들이 서로의 발목을 붙들고 간신히 단체를 지탱시키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 동료와 내가 일하는 단체는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총 일곱 개의 미션을 명문화했다. 그 두 개의 미션은 조직 내 인권 실천과 단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적시했다. 성장의 주체를 누구로 상정할 것인가를 두고 다소 대립이 있었지만 어렵사리 탄생한 마지막 미션은 다음과 같다

“단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지속가능한 활동을 통하여 개인과 단체, 그리고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동한다.” 그렇다. 이제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부디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길 바란다. 디어 미스 앤 미스터 프레지던트들이여.
덧붙임

이가원 님은 유엔인권정책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