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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한심국가, 시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하나

3월 24일은 결핵예방의 날이다. 결핵균을 발견한 날을 기념하려 8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올해 결핵예방의 날, 정부는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거창하게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도 덧붙였다. 치료 중심의 정책에서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인다.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되었지만 증상은 없는 상태인 잠복감염과 인체에 염증을 일으키며 증상을 동반하는 활동성 결핵으로 나눌 수 있다. 잠복감염은 이론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없는 상태다. 정부 정책의 주요 내용은 활동성 결핵 치료 중심의 정책에서 잠복감염 중심의 정책으로 무게 추를 옮기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과 만40세 생애전환기 검진에 잠복감염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한 막대한 예산도 아낌없이 지원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결핵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잠복감염 전수조사와 치료를 정책을 권하는 국가는 없다.

잠복감염인의 100명 중 5명이 감염으로부터 2년 이내에 활동성 결핵이 발병한다. 그리고 또 5명이 평생 동안 발병의 가능성이 있다. 잠복감염인의 90명은 감염인 상태이지만, 건강하게 일생을 살아 갈 수 있다. 전염성 결핵환자와 함께 생활한 적이 있는 접촉자이거나, 면역기능이 떨어져 활동성 결핵 발병 시에 사망의 위험이 큰 취약군의 경우, 잠복감염 검사와 치료를 받을 경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이러한 경우에 잠복감염 검사와 치료를 적극 권장한다. 국내의 진료지침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결핵감염의 위험이 없는 일반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치료는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일반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의 문제점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잠복감염 검사의 부정확성과 높은 비용, 그리고 치료약제로 인한 부작용이 활동성 결핵 발병 예방의 효과보다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다행히도 한국사회의 실정에서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슬픈 자화상이지만, 고액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건강검진도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높은 비용은 중요한 가치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비교적 최근 국외에 소개된 치료방법은 과거의 그것에 비해 부작용이 월등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중과 논의라도 시도할 만한 문제점은 검사의 부정확성이다.

활동성 결핵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잠복감염검사의 정확성이 많이 개선되었다. 혈액을 채취하여 감염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방법의 경우 10명 중에 9명에서는 정확하게 감염인을 가려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대상처럼 위험이 높지 않은 일반인구집단에서는 그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넓은 마음으로 검사의 정확성을 최대한 인정해 주더라도 10명 중 4명은 오진으로 보아야 한다. 제대로 진단 받은 6명 중에서도 5명은 평생 결핵이 발병하지 않지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현대의학의 한계이니 어쩔 수 없다고 일단 덮어두자. 드물지만, 치료를 통해 발병을 예방한 1명도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다. 그리고, 살면서 또 다른 환자로부터 전염되어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오진 받은 4명이다. 오진 받은 4명도 잠복감염인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녀는 평생 발병의 위험을 품은 채 살아갈 것이다. 그/녀의 삶은 누가 책임져 줄 수 있을까?

1950년 정도에 최초의 결핵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 현재의 결핵치료법이 확립되었다. 1960년대에 인도에서 비윤리적인 연구 하나가 수행되었다. 이미 이 시기에도 결핵치료제가 개발된 상황이었다. 안타깝게도, 연구를 수행하던 지역은 결핵 백신과 치료제의 공급이 안 되는 가난한 곳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권’이라는 단어도 알지 못했던 그/녀는 세계사에 남을 만한 비윤리적 연구의 참여자가 되었다. 연구는 결핵환자들의 생애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결핵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100명의 결핵 환자가 5년에 걸쳐서 절반이 죽었다. 그리고 30명은 자연치유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예전에 결핵을 앓았던 흔적이 있네요’ 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바로 30명에 포함된 사람들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이 슬픈 사례처럼, 비윤리적 연구를 수행하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작한 2016년 결핵예방 포스터

▲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작한 2016년 결핵예방 포스터


잠복감염 정확히 진단할 수 없어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잠복감염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는 발병한 환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저위험군에서 잠복감염의 진단이 어떠한지, 치료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전문가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추정을 할 뿐이다.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의학의 노력에는 연구윤리라는 중요한 잣대가 필요하다. 전수조사를 통한 검진 결과와 치료의 결과를 확인하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을 실천하는 영역이 아니다.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연구의 영역이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건강과 권리를 보호하는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다. 정부는 이 원칙의 적용이 강제되어야 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이를 ‘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이라 부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가난한 사람들의 결핵정책에 확대 적용하라고 주장하고 싶다. 세계보건기구가 ‘패러다임 전환’을 주창하며 강조하는 재난적 의료비의 감소와 빈곤 경감, 사회복지의 확대 등에 예산을 집행하라고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정부가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일 마음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를 모아내기에 한국사회의 인권운동이 준비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시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려거든 지금 바로 임상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를 권한다. 그리고, 잠복감염 검사와 치료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술된 동의서를 들고 참여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동의하지 않는 그/녀에게 근거 없는 검사와 치료를 강권하지 않기를 바란다. 결핵한심국가의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임

진석이 님은 지식노동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