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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직접 민주주의의 장이 된 4.16인권선언 풀뿌리토론

인권선언 풀뿌리토론 결과를 살피다①

[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4.16연대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추진하며 인권으로 4.16을 기억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억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 매주 공동 게재되는 연재기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가 11월 28일(토)로 다가왔다. 함께 선언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진행된 풀뿌리토론의 결과를 살피고자 한다. 4.16인권선언제정특별위원회(4.16연대 산하 특별기구)가 정리한 풀뿌리토론 결과 보고서를 네 개의 기사로 나누어 게재한다.

7월 11일 ‘4.16인권선언 추진단 1차 전체회의’ 이후 다양한 모임에서 풀뿌리토론이 진행되었다. 풀뿌리토론의 기본 정보나 결과는 4.16인권선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풀뿌리토론이 열렸으나 기록이 취합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으며 토론이 열린 후 뒤늦게야 파악되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을 보면, 풀뿌리토론은 68회 열렸으며 토론의 단위(5~10명 가량으로 구성된 모둠)를 기준으로 보면 110건 이상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풀뿌리토론에 참여한 사람의 수는 9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11월 5일 기준)

4.16인권선언 풀뿌리토론, 누가 어떻게 함께 했나

풀뿌리토론이 열린 지역은 해외까지 포함하여 다양하다. 다만 풀뿌리토론이 아예 열리지 않은 지역도 있어 고루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풀뿌리토론에 참여한 집단은 매우 다양하다. 중고등학생, 홈리스,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생, 장애인, 교회, 학교, 시민모임, 도서관 인문학 교실 등 다채로운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냈다. 기존의 사회단체들보다 자발적인 시민모임에서 열린 토론이 훨씬 많다.

7월 11일 열렸던 4.16인권선언 1차 전체회의 모습

▲ 7월 11일 열렸던 4.16인권선언 1차 전체회의 모습


풀뿌리토론은 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때의 느낌/감정 ②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이건 쫌 아니지 않나 싶었던 장면/현상/문제 ③ 2번에서 말한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서 요구해야 할 권리-의 3가지 질문들로 진행되었다. 풀뿌리토론 결과는 4.16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있다. 토론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지만 제안된 권리들의 분포나 경향을 살피기 어려운 점이 있어, 3번 질문(권리 제안)에 해당하는 내용을 하나로 모았다. 11월 3일까지 취합된 733건의 권리 제안과 설명을 살펴보면서 분석을 진행했다.
기초 분석은 제안된 권리들의 내용을 살피며 유사하거나 연결되는 것들을 묶는 분류 작업을 통해 진행했다. 풀뿌리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선언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찾는 동시에 제안된 권리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한편,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쟁점을 찾고 여러 권리들 간의 연결점들을 짚어보면서 풀뿌리토론의 의의를 짚어보는 토론도 진행했다.
제안된 권리의 이름뿐만 아니라 해당 권리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살피며 내용을 파악하고 토론을 하며 세 차례에 걸쳐 재분류 작업을 진행했다. 기초 분석은 풀뿌리토론 참여자들 전체의 의견을 모은 내용으로 4.16인권선언문 성안의 기초자료이지만 이 내용을 어떻게 선언문에 담을지는 별도의 성안 토론이 필요하다.

풀뿌리토론에서 제안된 권리들

풀뿌리토론 참여자들이 제안한 권리들은 아래와 같이 나눠볼 수 있다.
- 기초 ; 특정 권리를 제안했다기보다는 인권선언의 기초로서 지향해야 할 가치나 방향을 담은 포괄적인 내용들이다. 인권선언 전체를 관통하는 성격의 내용들로 여기에 모인 권리들은, 존중/평등/연대/안전으로 다시 분류해 볼 수 있다.
- 공감 ; 감정을 존중받고 타인과 공감하는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기초의 성격을 띤 내용이기도 하지만 ‘기초’로 분류된 내용이 원칙이나 철학에 가까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면 공감의 경우 권리로서 적극적으로 주장된 측면이 강해 따로 묶었다.
- 피해자 ; 권리주체로서의 피해자에 주목하여 제안된 내용들이다. 다른 권리들과 내용이 연결되고 유사하더라도 권리주체로 피해자가 강조된 내용이 많아 따로 분류했다. 모인 권리들은 크게 피해자를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것에 관한 내용과 피해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구체적 권리들을 제안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 진실과 정의 ; 진실에 대한 권리를 다룬 내용들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과제가 큰 문제로 남아있는 만큼 제안된 권리의 내용들은 선명하고 응집력이 있다. 진실과 관련해 언론의 문제가 많이 지적되어 중분류로 언론을 따로 두었고, 책임과 처벌에 관한 내용들 역시 따로 묶었다.
- 표현과 행동 ; 표현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 등과 관련된 내용들을 하나로 모았다. 추모나 애도할 권리 등을 특정해 제안된 내용들이 많아 애도에 관한 권리를 중분류로 따로 묶었다. 모여서 함께 행동할 권리로서 집회시위의 자유와 관련된 제안이 많았으나 집회시위에 한정하지 않고 유사한 제안들을 묶었다. 한편, 혐오와 관련된 권리 제안들이 주로 표현의 자유와 연관지어 설명되어 여기에 중분류로 두었다.
- 안전 ; 인권선언의 기초로서 가치를 제안한 것과 다르게 안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 권리로 제안된 내용들이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개인이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권리, 작업중지권 등 위험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권리, 전 사회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위험을 공공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권리다.
- 민주주의 ; 그 외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들이 상당수 제안되어 모았다. 그러나 다른 분류에 비해 중분류의 내용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편이다. 교육에 대한 권리, 불복종의 권리, 주권자로서 참여하고 통제할 권리, 체제의 상에 대한 희망을 담은 내용으로 구분된다.

4.16인권선언 풀뿌리토론의 의의(*)

진실과 안전이 인양되길 바라며 풀뿌리토론에서 제안된 권리들을 풍선 안에 담았다.

▲ 진실과 안전이 인양되길 바라며 풀뿌리토론에서 제안된 권리들을 풍선 안에 담았다.

1차 전체회의 이후 펼쳐진 풀뿌리토론은 4.16인권선언을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던 인권선언운동의 취지에 부합하는 규모와 내실을 갖추었다. 그동안 여러 선언운동이 있어왔으나 이번과 같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풀뿌리토론을 통해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선언을 만들어가는 경험은 알려진 바가 없다.
풀뿌리토론을 진행한 곳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마음과 생각을 깊이 나눌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이 가장 많았다. 동시에 토론이 다소 추상적이었다거나 실천방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인권이라는 주제로 접근하는 것 자체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앞으로 풀뿌리토론을 계획 중인 곳도 있으나 추진단 중 상당수가 풀뿌리토론을 열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경우가 많았고, 토론 취지를 알리고 제안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있었다. 또한 특정 단체나 모임에 속하지 않은 경우 함께 토론할 사람이 주위에 많지 않아 어려웠다는 설문 응답도 있었다. 풀뿌리토론을 여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음에도 많은 토론이 진행된 만큼 그 결과를 모두의 결과로 함께 살피며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겠다.
풀뿌리토론이 펼쳐져온 과정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할 사회의 방향을 밝히는 토론이라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장이 되기도 했다. 4.16인권선언을 함께 만들자는 목표를 두고 토론이 진행되었지만 인권을 매개로 토론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게 되었다. 풀뿌리토론 참여자들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제시하며 행동의 의지를 다졌다. 풀뿌리토론의 과정 자체를 조명하고 의미를 짚으면서 시민들이 권리의 주체이자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계기들이 확장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다른 사회를 위한 실천으로서의 4.16인권선언(*)

풀뿌리토론의 내용을 모아보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어떤 경험이었으며 따로 또 함께 어떤 시간을 겪고 있는지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이 사회의 실체를 날 것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나누며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인식해가는 과정이었으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변화에 대한 욕구와 참여하고 행동할 권리에 대한 자각과 다짐으로 이어졌다. 4.16인권선언은 이와 같은 현재적 조건을 반영하되 내일을 여는 실마리를 드러내는 계기일 것이다.
풀뿌리토론 결과는 당연히 세월호 참사와 직접 연관되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진실, 책임, 표현, 안전, 피해자 등에 관한 내용이 두드러진다. 진실이나 책임 관련해서는 비슷한 내용이 많이 제기되는 응집성이 보이며, 안전에 관련된 내용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짚어지는 포괄성이 보인다. 피해자의 인정이나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등 일반적으로 이미 확립된 내용들이 많이 제안되었지만 각자 자신의 말로 권리의 핵심을 짚은 다양한 제안들이 있었다.
토론 참여자들이 제안한 내용은 피해자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 모두를 권리주체로 세우며, 한국사회 전체를 선언의 대상으로 삼는 내용들로 확장되기도 했다. 공감과 애도의 권리와 같은 내용이 두드러지는 한편, 민주주의나 체제를 넘어설 권리에 대한 고민들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안전은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권리에 한정되기보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구체적 권리들이 두루 제안되었다. 토론 결과가 모이고 마주치고 가로지르면서 여러 권리의 내용들이 풍부해졌고 여러 권리들 간의 연관성과 상호의존성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풀뿌리토론이 세월호 참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여러 권리의 쟁점에 대한 깊은 토론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조건이 되기도 했다. 막연하게 희망하거나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권리의 이름만 붙이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제기한 설문 응답도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이후 4.16인권선언을 알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선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4.16인권선언은 인권을 위한 선언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위한 실천으로 제안된 것이다. 인권의 힘은 권리주체들이 인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순간 시작된다. 내용적 엄밀함보다는 토론 참여자들이 서로 권리의 자각을 이루고 북돋는 과정으로서 풀뿌리토론의 내용을 짚어보아야 한다. 제안된 권리들이 어떤 맥락에 있는지를 깊이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4.16인권선언은 우리의 권리를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 과정으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고 실현하기 위해 더 단단하게 행동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풀뿌리토론 총괄에 해당하는 내용은 보고서 순서상 맨 마지막이지만 연재기사의 구성상 개괄에 이어붙여 게재한다.

11월 28일(토) 1시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소셜펀치 후원함 www.socialfunch.org/416declaration)

▲ 11월 28일(토) 1시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소셜펀치 후원함 www.socialfunch.org/416decla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