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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지키는 ‘을’들의 국민투표

우리의 노동조건, 우리가 이야기하고 정하자

1. 모든 사람에게는 노동, 자유로운 직업 선택, 적절하고 알맞은 노동 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2. 모든 사람에게는 아무런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등한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23조 1, 2항)의 노동권에 대한 내용이다. 세계인권선언의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 현실을 살펴보자. 10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임금노동자 1908만 명 중 월급이 100만원 미만인 노동자는 227만9000명(11.9%)이었고, 100만~200만원이 693만7000명(36.4%)이었다. 취업자의 48%가 월급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2015.7)에 따르면 정규직은 55.4%, 비정규직은 44.6%다. 하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면 비정규직은 1천만 명에 육박한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147만원으로 정규직의 49.1%였다.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은 84∼99%, 비정규직은 32∼39%였다. 임금근로자의 48%가 월급 20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은 ‘동일한 노동에 동등한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과 가장 거리가 먼 나라다.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은 반드시 금년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며 “국민 모두의 소망이자 우리 청년들의 간절한 염원인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른 정치적인 사안을 떠나 초당적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소망이라고 빗댄 ‘박근혜 노동법’의 핵심은 사장 맘대로 해고하고 임금 깎는 ‘근로기준법’,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4년 내에 맘대로 해고할 수 있는 ‘기간제법’, 기술과 경력이 있는 노동자를 싼값에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파견법’이다. 젊을 때는 계약직, 늙어서는 파견직으로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하는 법이다. 한마디로 전경련 청부 법안이다.

단 하루도 남의 밑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대통령이 청년들을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법을 강행한다. 법인세 인하, 고환율정책 등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들의 곳간에 떼돈을 쌓아놓은 정부가 이제 청년들의 쥐꼬리만한 월급까지 강탈하겠다고 한다. 월급 150만원 받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게 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노동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한국, 헬조선이 된다.
36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 모여 올해 3월 출범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 지방자치단체, 교회, 성당, 서점, 노점상, 공항, 지하철역, 한의원 등 곳곳에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전국 100개 도시에 1만개의 투표함을 설치해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인지 ‘재앙’인지 묻는다. 10월 30일 현재 1868개의 투표함이 설치됐다.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마음껏 쓰고 싶은 재벌들은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전면 허용을 추진했다. ‘비정규직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기도 했고,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유럽의 파견노동을 왜곡해 홍보하기도 했지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식 걱정하는 부모세대를 꼬드겨 ‘우리 딸아들을 위한 길’이라며 세대간 이간질을 했다. 임금피크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기업노조를 제물로 삼았다. 2015년 11월,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여는 ‘전경련 청부 법안’이 ‘노동개혁’으로 변신해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지금은 투표할 때가 아니라 투쟁해야 할 때다. 하지만 노동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고 있다. 박근혜 노동재앙에 대해 인터넷 댓글은 ‘혁명전야’지만 현실은 조용하다. 박근혜의 노동정책이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 부모세대가 많다. 국민투표는 박근혜의 색안경에 갇힌 이들의 장막을 걷어내고,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방문을 여는 운동이다. 임금님이 발가벗었다고 소리치게 만드는 운동이다. 동네방네 거리거리마다 설치되는 1만개의 투표함이 100만, 1000만의 촛불로 타오르게 만드는 교두보다.
노동자의 삶은 노동자가, 서민의 인생은 서민이, 청년의 노동은 청년이 결정한다. 국민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노동조건을 소수 권력자가 아니라 노동자 청년 서민이 직접 나서서 결정해야 한다는 직접민주주의 실천운동이다. 재벌과 한몸이 되어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박근혜 정권의 반민중적 반역사적인 실체를 폭로하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국민적 저항운동이다. ‘박근혜 노동법’으로 청년들의 육체를 지배하고, ‘박근혜 역사책’으로 청년들의 정신을 지배하겠다는 정권에 맞선 싸움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지키는 투쟁이다.

* ‘을’들의 국민투표 온라인투표소 투표하러 가기(클릭)

덧붙임

박점규 님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