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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이 내게 준 질문

8월 30일 밀양에 다녀왔다. 장터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1박 2일이라 부모님도 걱정하실 것 같고,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학교 수업에서 밀양과 관련된 영상과 글을 보며 공부도 하고 글도 쓰면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나름 열심히 고민했던 주제였다. 밀양 소식을 알리기 위해 하자센터랑 함께 바투카다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어버렸고, 최근 밀양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이 밀양을 다녀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한문에서 함께 모여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적어서 희망장터에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 달려 도착한 밀양 장터, 서울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밀양에서 직접 농사지은 여러 특산물이 풍성했다. 따근따끈 맛있는 먹거리도 많아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장터가 열리는 동안 공연도 다양하게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는 반가움 때문인지, 장터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활기차고 흥겨웠다.

밀양장터에 오신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 청도 삼평리에도 송전탑 때문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밀양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들이 부른 ‘고향의 봄’ 노래를 들으면서, 그 전에 본 영상이 떠올라 심란하고 착잡했다. 경찰들이 자기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며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니까 막 화가 났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셨을까? 우리 할머니가 저기서 함께 싸우고 계셨다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경찰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밀양과 청도에서 경찰 때문에 할머니들이 병원에 실려 가신다.

그런 경찰들이 밀양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다음날 아침 송전탑을 보러 갔는데, 경찰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어 현장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경찰 버스 4대가 줄줄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고, 몇몇은 밖에 나와 감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화창한 일요일까지 나와 있어야 하는 경찰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언짢았다. 새롭게 만들어진 농성장으로 돌아와서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과 글로 봤던 밀양의 잔인했던 시간들, 그 힘든 시간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다음에 다시 농성장에 가고 싶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딛고 다시 힘을 내는 할머니들에게 안마도 해드리면서 위로해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밀양 소식을 계속 찾고 보면서 잊지 않아야겠다. 서울에서 밀양을 위해, 밀양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가야겠다.
덧붙임

손수민 님은 중등무지개학교 학생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