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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당신은 에볼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에볼라를 둘러싼 공포, 공포는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

지난 8월 4일 덕성여대와 유엔 여성기구가 함께 진행하는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앞두고, 인터넷과 덕성여대 홈페이지에 행사를 취소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Ebola hemerrhagic fever, 이하 에볼라)이 발생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11개국에서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이유였다. 덕성여대에서 참가자들에 대한 적외선 체온 측정 등 검역 절차를 진행하여 예방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프리카 참여자들에 대한 행사 참여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계속 되었다. 결국 나이지리아 참가자 3명의 참가는 취소되었고, 행사는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참관객등 100명의 한국인이 참가자를 취소했고, 아프리카 출신 참가자들은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고 숙소에 격리되었다.

8월 18일에는 이태원의 펍(Pub)에서 에볼라로 인해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붙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인종차별 논란이 발생했다. 펍에서는 사장이 없을 때 직원이 붙였다고 해명하였지만 에볼라의 공포가 인종차별로 이어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프리카인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인종차별이 아닌 당연한 현상이라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에볼라 거짓과 진실, 공포

한국에 퍼져있는 에볼라에 대한 인식은 정확한 병에 대한 정보보다 공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에볼라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90%에 이르며, 전염성이 높고, 아프리카 전체에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다는 등 에볼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전해지지 않은 채 위험성만이 알려졌다. 물론 치사율이 높은 건 사실이며, 체액으로 전염되기에 감염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치사율이 높아 숙주가 없어지기 때문에 감염력에 비해 유행이 덜 된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잠복기에는 전염되지 않고 발병기에만 전염된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알 수 없다. 에볼라 발병국과 아프리카 전체를 동일하게 보는 건,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보여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부랴부랴 에볼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를 알리기보단 오히려 공포를 확산시킬 뿐이다.

에볼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과 배제, 그리고 아프리카

1999년부터 미국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로 인해 해마다 3천~4천명의 감염자와 50~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는 8273명의 감염자와 775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2012년부터 알려진 메르스(Mers)는 18개 국가에서 571명의 감염자와 17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가지 질병은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에볼라는 이들 바이러스보다 훨씬 오래된 1976년 알려졌다. 2014년에 갑작스레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었을 뿐 새롭게 발생한 전염성 질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볼라에 대한 공포는 예상외로 크게 느껴진다. 벌써 아프리카에 대한 의료봉사, 자원봉사는 거센 항의에 의해 취소되었고, 아프리카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들린다.

특히 한국에서의 과도한 공포는 에볼라 발생국을 넘어 아프리카 전체를 향해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서울 세계 수학자 대회’에 아프리카인 참석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나이지리아 참가자는 결국 참가가 취소되자 유엔 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단체인 ‘굿뉴스의료봉사회’는 가나, 탄자니아, 코트티부아르 봉사계획이 알려지자,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에볼라를 퍼트리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계획을 취소하였다. 이 단체가 방문할 예정이었던 코트티부아르는 라이베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에볼라가 발생이 밝혀진 바 없다. 또한 탄자니아는 에볼라가 발생한 서아프리카와는 몇 천 킬로가 떨어진 동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나 또한 에볼라 발생이 알려진 바 없다. ‘가나는 독재죠?’라고 말한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이듯,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무지는 에볼라에 대한 공포를 아프리카 전체에 대한 공포로 확산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사진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이 과정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시선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태원 펍에서 발생한 문제는 단지 그 펍 한곳의 문제가 아니다. 이태원에 있는 상점 중 이태원에 있는 상점 중 아프리카인이 자주 찾던 가게의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아프리카인이 자주 찾아가던 가게는 손님이 50%로 줄어들었다. 2002년 중국에서 사스(SARS)가 발생했을 때 서양에서 아시아계 인구 전체가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또한 공포가 더욱 확산된다면, 아프리카인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서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벌써 이탈리아의 극우정당에서는 “모든 이민자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보이는 에볼라의 공포가 이렇게 확산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에볼라에 의해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치료, 그리고 공포를 막아야 한다.

물론 에볼라가 치명율이 높은 위험한 질환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볼라는 새로 등장한 신종 전염병이 아니며, 대규모로 유행할 가능성은 훨씬 낮다. 언론에서는 이탈리아, 홍콩 등 전 세계로 에볼라가 퍼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당시 에볼라로 의심된 환자들은 진단 결과 에볼라 감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에서 떠는 호들갑에 비하면, 아직 에볼라는 전 세계로 확산되지도 않았으며, 충분히 전염을 방지할 수 있다.

에볼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전달이 이루어 져야 한다. 객관적인 정보는 에볼라에 대한 공포에 대해 이성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에볼라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이어져선 안 된다. 공포를 자극하는 언론, 그리고 방조하는 정부의 모습은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차별과 혐오의 괴물로 이어질 뿐이다.
덧붙임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