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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의 인권이야기] 독립생활, 10년

현재 나는 10년째 혈연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살고 있다. 독립했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부러운 시선과 함께 자유로운 삶에 대해 동경하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나에게 독립은 자유를 누리는 것보다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장애에 대해 잘 이해 못 하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고, 계단만 있는 3층 집에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누군가 업어 올라가 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막상 독립하고 나니 내가 상상했던 삶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20살이 넘었지만, 라면 끊이는 방법도 몰랐으며,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백지상태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내가 처음 독립을 할 때만 해도 사회적인 제도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제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실행되었던 때라서 한 달에 4~60시간을 받는 게 고작이었고, 구청에 있는 자원봉사 센터에 사정해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일과였다. 나머진 활동했던 단체에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활동보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어렵게 연결된 사람 중에도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서 연락도 없이 안 오는 상황을 수십 번 경험했었다. 그럴 때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되면서 혼자 일어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상황을 알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하는 그녀들을 향한 원망이 곧 장애를 부정하게 했다. 왜냐하면, 그 상황이 가장 직접 내 장애를 실감이 나게 해주고 장애가 있는 몸에 갇혀버린 느낌을 들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독립 후 비장애 지인들과의 관계가 많이 달라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예비적 활동보조인으로서 활동보조인이 오지 않았을 때 나는 비장애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들이 반복되고 지속하며 어느 순간 그들이 내 연락을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면 내가 독립을 왜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고 싶어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나를 느낄 때면 휘청거리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10년째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 기나긴 투쟁을 해서 활동보조 시간이 늘어났고, 조금씩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도 하고 실천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도 되었다. 어릴 땐 나는 보살핌을 받아야 했기에 혼자 있어 본 적이 별로 없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독립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온전한 혼자 되어보기를 하고 있다. 혼자 거리 방황하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식당에 가서 밥 먹기 등.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위험하지 않으냐고, 외롭지 않으냐고 물어본다.

사실 가끔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장애가 더 심해지고 정말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에 나는 지금의 생활이 좋다. 예전에는 중증장애를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늘 절망했었다. 가족들 역시 내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지낼 만큼 지내다가 장애인 생활시설로 보내는 것이 가족들이 그린 내 삶이었다. 그러나 독립을 하고 여러 어려움을 겪고 나서 나는 달라졌고,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장애가 있어도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서투르고 실수의 연속일 때도 있지만 10년이란 세월을 버텨온 것처럼 앞으로도 꿋꿋하게 버텨가며 살아갈 것임을 나는 나를 믿는다.
덧붙임

김상 님은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