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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거리는 사랑방] 2013년 9월에 쓰는 글

20년이나 된 사랑방의 역사에서 이 시점에 내가 같이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솔직히 어렵다.

나는 사랑방에 작은 결심을 하고 들어왔다. 이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꼭 해야 할 것, 계속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이전까지 자연스러웠던 나의 삶이 어느 날 멈추었는데 그러한 나의 삶을 계속 굴리는 것이 당시에는 중요하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삶을 다시 굴리기 위한 삶의 모멘텀도 방법도 없었다. 바로 그때, ‘그 시점까지의 나’를 가슴에 한껏 품고 사랑방에서 계속 삶을 굴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무엇으로 삶을 채울 것인가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살기로 하였다. 그때까지 해왔던 시간을 소중히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랑방에 왔다. 계속 나에게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다시 인생을 굴릴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랬다.

그렇게 또 내 인생을 4년 동안 굴려 왔다. 처음보다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모멘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사랑방에서 내가 한 일을 생각해 보면 사랑방 역사의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사랑방에서 성북 대안개발 연구모임의 일부 시간을 함께 했고, ‘따뜻한 밥 한 끼 캠페인’을 함께 하였다. 이것들은 나의 또 한 시간이 될 테니 이 또한 소중한 시간이다.

사랑방 활동과 함께 시작한 직장 생활은 쉽지 않다. 매일 새로운 이슈들이 생기고 업무에 적응할 때쯤이면 또 다른 업무가 튀어나오고, 그렇게 시간이 가고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4년이지만 때로는 1년 같기도 하고 때로는 8년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업무를 대할 때마다 언제나 실수 없이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중요한 것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사랑방에서 나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풀어 놓은 적은 없다. 다만 이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민들이 여러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전혀 새롭게 다가오는 점이 있다. 너무나도 의심 없이 믿고 있던 우리가 서로를 위해 지키는 암묵적 약속, 자연스럽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타인의 신체에 대한 간섭 같은 것, 굳이 어떤 규정을 들지 않더라도), 이것들은 그냥 허공에서 자유스럽게, 자연스럽게 떠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인권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인권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를 가지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회사에서도 인권이라는 ‘말’을 쓰지만 저마다 의미는 달랐다. 사실 내가 생각하던 인권도 10년 전과 4년 전 그리고 현재가 모두 다르다. ‘인권’이 둥둥 떠다니는 뜬구름 같은 것이 아닌 실체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또렷해지기 보다는 점점 더 흐릿해진 상만이 떠돈다. 나에게는 점점 어려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삶과 언어 그리고 시간을 총체적으로 녹이면 ‘인권’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은 진동하니까 이렇게 어려울 때도 있으면 쉬울 때도 있고 그렇게 쌓이고 쌓이는 것일까? 그러면 누군가가 또 인권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이 더 좋은 것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끝이 나지 않는 기나긴 것이 하나쯤은 있어야 역사는 계속되기에.

요즘 나의 고민 중 하나는 ‘언어는 독점될 수 있는 것인가?’ 이다. 권리들이 허상이 아닌 진상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존재가 언어를 빼앗긴다면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언어와 인권, 권리는 떼려 해도 떼어지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언어가 통제되고 있는 현실이, 나는 속상하다. 가까이는 나의 회사에서, 멀리는 한반도의 어느 지점에서, 혹은 지구 상 땅 끝, 바다 위 어느 곳에서도 통제 되고 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는 특정 집단, 특정 영역에서 독점되거나 금지되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2013년 바로 지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길에서 무조건 외치면 되는 것인가?

많은 것을 후퇴하게 만드는 역사의 흐름에서 2013년 또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글을 쓰는 이 순간, 다시 다짐한다. 또 삶을 굴려 보자. 끝없는 삶의 투쟁들이 모이면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
덧붙임

세주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돋움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