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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나의 집

정신보건센터 회원께서 찍으신 사진입니다.<br />

▲ 정신보건센터 회원께서 찍으신 사진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진행하는 사진교육을 하기 위해 경기도의 한 정신보건센터에 헐레벌떡 도착했습니다. 딱 한숨만 쉬고 가방을 풀자마자, A4지를 꺼내 정신보건센터 이용자 회원분들께 한 장씩 나눠드립니다.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요?"
"글쎄요. 종이 한 장씩 주셨는데, 무엇을 그리는 건가요?"
"네. 오늘의 주제는 '종이 한 장'입니다.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는 거에요. 찢거나, 접거나, 그리거나, 자르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자, 우리 한 번 해볼까요?"

처음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시던 회원 분들이 하나둘 작품을 만들어 내시네요.

"자! 완성하신 분들은 자신의 사진기로 정성들여 작품을 잘 찍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들 즐겁게 자신의 작품을 잘 담아내신 뒤에 함께 사진을 보며 이야기해봅니다.

"선생님, 이 사진의 제목은 무엇으로 정하셨나요?"
"음. '나의 집'으로 정해봤어요."
"아하. 종이 한장을 가지고 열심히 접어서 만드신 작품이 바로 '집'이군요."
"네. 제 작품에 대해 설명해볼까요. '나의 집은 아름답다. 누군가 방문을 해준다면 차 한 잔 같이 하고 싶다.'입니다."
"와. 멋지네요.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나의 집에 아직 방문을 해 온 사람이 없어서 아쉽네요."
"누군가 방문한다면, 누가 오시면 좋으실 것 같으신데요?"
"음. 아무래도 나의 반려자가 오면 좋지 않을까요?"
"네. 그 바람 꼭 이뤄지길 바랄게요."

대답을 하시자마자, 약간은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띄우시네요.

맞아요. 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집', 정신장애인에게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덧붙임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 예술교육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