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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창의 인권이야기] “병장전역 안했으면 군 생활 안한 거지”

‘군대이야기’, 그곳엔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내가 다닌 학과에는 예비역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전역한 남학생들의 모임인 예비역회는 일 년에 두 차례 정기 모임과 수차례의 개별 모임을 열고 학과 내 술자리를 주도한다. 하지만 사실 예비역 남학생의 친목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임의 주요 대화 내용은 ‘군대이야기’였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선임에게 괴롭힘 당하고, 후임 괴롭힌 이야기, 훈련나간 이야기 등 대화 내용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군대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난 ‘군대이야기’에 쉽게 동참하지 못했다. 군대에 입대한 이후 신장염이 발병되어 1년 만에 의가사 전역을 했기 때문이다.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친 병장 전역자가 아닌 나는 이야기에 동참하는 순간 “의가사가 뭘 알아?”, “병장전역 안했으면 군 생활 안한 거지”라는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군대이야기’와 병역이행

우리사회에서 ‘군대이야기’와 병역논쟁은 현역으로 입영하여 병장으로 전역한 남성만이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전방에서 육군으로 복무하거나, 특공대나 수색대 출신의 발언권이 더 강하게 작용된다. 후방에서 복무했다거나 행정병으로 복무한 사람, 공군으로 복무한 사람들은 이야기에 쉽사리 끼어 들어갈 수 없다. 공익근무요원? 공익은 군대에 복무하지 않았으니까 아예 제외된다.

이상하다. 군대는 병역이행의 한 방법인데 현역으로 입대해서 병장으로 전역한 사람이 아니면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일까? 헌법에서 말하는 국방의 의무는 전 국민의 현역복무, 집총복무를 뜻하지 않고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할 의무나 재해방지 의무 등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혹시 그들의 ‘군대이야기’는 병역이행과 별개인 건 아닐까? 그렇다면 ‘군대이야기’ 속에서 공유되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들이 공유하는 것은?

남성들의 ‘군대이야기’에는 언제나 선임에게 괴롭힘 당한 이야기, 간부에게 괴롭힘 당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마치 누가 얼마나 더 괴롭힘을 당했는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행동을 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토대회와 같다.

군 입대를 하게 되면 2년 동안 사회와 떨어져 생활하며 신체의 자유, 사상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박탈뿐만 아니라, 모욕감과 언어폭력, 신체폭력 등 강제적 수단에 노출되게 된다. ‘군대이야기’에서 자신이 군대에서 경험한 폭력행위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군대이야기’는 결국 기본권박탈의 문제

무언가를 박탈당하면 그만큼 보상심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군대이야기’에서 보상심리는 “침해받은 기본권을 돌려줘”로 표현되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이야기에 끼지 마”로 나타난다.

결국 ‘군대이야기’에 병역면제자, 병역거부자, 여성이 함께 들어가기 위해선 군대에서 느끼는 기본권박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왜 군대에서는 모두를 표준화해야 하고, 기본권 박탈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것이 인권과 헌법정신에 부합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군 제대자의 박탈감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지 않고, ‘군대이야기’ 그리고 더 크게 병역이행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덧붙임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