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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직접 해보니 ‘백문이 불여일견’

인권교육 시연이 즐거운 이유

인권교육에는 관심이 있지만 선뜻 인권교육을 하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권교육가 양성과정’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런 교육과정이 마련되는 자리가 많지 않을뿐더러 비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눈이 빠져라 워크숍을 기다렸던 이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교육 시간이 짧아 인권교육가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기에 충분한 교육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인권교육가가 되기 위해 최소한 이수해야하는 교육내용은 무엇이며, 교육시간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교육기관은 어떠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를 기다렸다 워크숍을 개최할 수는 없는 노릇. 한편으로 이런 고민을 계속 진행시키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권교육가 양성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이 무엇인지 궁리하던 중에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참여자들이 워크숍에서 직접 인권교육을 진행해 보는 것이었다.

날개달기 - 인권교육가의 탄생

지난해부터 함께 인권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인권교육가로서의 꿈을 키워 온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지난 9월 한 자리에 모였다. 앞서 7월에도 한 차례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었다. 두 번째로 마련한 이번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은 우선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인권교육을 체험하고, 인권교육의 원칙 등을 살펴봤다.

그리고 드디어 참여자들이 인권교육을 직접 시연해 보는 시간. 미리 인권교육 프로그램 안을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고 모둠별로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인권교육을 진행한다고 가정했다. 짧은 시간에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준비해 시연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참여자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주제와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권교육을 어떻게 진행할지, 누가 진행할지 정한 후 필요한 준비물도 마련하면 시연 준비 끝! 이제 새로운 인권교육가의 탄생을 기대하시라~.

더불어 날갯짓 - 직접 해보니

초등 고학년 대상 인권교육은 ‘빛나지 않는 별, 차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바닥에 노끈으로 별 모양을 붙인 뒤 차별과 관련된 사례를 진행자가 읽으면 참여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차별이라면 별의 밖, 아니라면 안, 알쏭달쏭하다면 선을 밟고 서도록 한 후 토론을 해 나가는 방식이다.



“초등학교에는 여자교사들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채용 시 남성할당제를 두어서 교사를 뽑는 게 필요해요.”
“정신지체나 뇌병변 장애 등 중증장애인은 혼자살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이나 동거인이 없을 경우에는 장애인 시설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야 해요.”

이번 교육에서 사용한 사례인데, 초등 고학년용으로 바꾸지 않고 그냥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 실제로 인권교육을 진행할 때에는 대상에 따라 적절한 사례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진행자가 진행방식을 설명한 후 사례를 읽어주자 참여자들은 원하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구나.”, “혹시 다른 의견은 없니?” 진행자는 중간 중간 토론을 이끌어 가기 위한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서로의 의견이 오가기는 했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다. 마칠 시간이 되자 진행자는 사례별로 차별인지 아닌지 답을 해주거나 토론을 잘 했다고 칭찬을 하며 마무리를 했다.

인권교육 시연을 끝낸 후 진행자에게 어려웠던 점을 물으니 “끝에 뭔가 정리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참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줘야하는데 진행자가 결론을 내려주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난처해한다.

그렇다면 토론식 인권교육에서 진행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물론 토론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 말 그대로 ‘진행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인권의 시각으로 사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인권길잡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행자는 참여자의 의견에 그저 공감하거나 칭찬하면서 아무런 판단 없이 참여자의 의견에 무조건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왜 여자 교사들이 많게 되었는지?”, “일반교사는 여자가 많은데 왜 교장은 남자 선생님이 많은지?”, “남자 교사가 필요한 이유가 여자 선생님이 체육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면, 남자 교사가 없더라도 체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참여자들이 찬반의 이분법적인 논쟁에 갇혀 놓치고 있는 반차별의 쟁점을 질문을 통해 다시금 살려내야 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참여자들이 토론 과정을 충분히 거쳤을 때 진행자는 인권의 정답을 말해줘야 할 것 같은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참여자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진행자의 말투나 태도, 표정 등이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토론에서 오고가는 용어들이 혹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머리를 맞대어 - 인권교육 시연의 즐거움

참여자들은 인권교육을 글이나 말로만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봄으로써 인권교육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몸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인권교육가로서 습득해야 하는 기술들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단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게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인권교육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참여자들의 역동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인권교육이기에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대처법을 시연을 통해 모두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권교육 시연의 참 즐거움은 어쩌면 인권의 거울로 자신이 믿어왔던 신념이나 가치, 윤리 등을 아주 가까이에서 비쳐볼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인권교육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때로는 자신을 불편하게 해 거부하거나 유보했던 인권의 가치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권교육 시연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지 않을까.
덧붙임

영원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