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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물구나무] ‘S라인’을 강요하는 사회

성형외과 광고에 나타난 외모주의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풍경이요 누군가에겐 감탄을 불러내는 일이다. 잘 가꾸어진 몸매를 뜻하는 ‘몸짱’과 ‘S라인’은 뭇사람들의 목표가 되고 철저한 자기 관리의 결과로 여겨져 토익점수나 통장잔고처럼 신성시 된다.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연예인들을 봐도 그렇다. 몸매가 ‘꽝’인 사람들은 코미디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도 헬스장에선 수많은 여성들이 유명 여성연예인의 사진을 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라고?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데 왜?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니야?”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그늘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있을까?



먼저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라는 맹목성과 만나게 된다. 각자만의 독특한 개성은 무시한 채 획일화한 미의 기준만 들이대고 있다. 아름다움의 표준을 세워놓고 그에 맞추지 않으면 ‘루저’로 분류되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이처럼 모든 가치를 외모로만 평가하는 세태는 ‘조각 같은 외모’와 ‘S라인’이 아닌 이들에겐 괜한 불안감마저 안겨준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외모도 스펙’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불안감을 이용해 머리 좋으신 분들은 ‘취업성형’이라는 간판까지 내걸었다. 언젠가는 모두 비슷한 모양의 사람들끼리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 최신판 도플갱어라고나 할까. 가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모든 외모지상주의는 여성에게만 적용될까? 성형외과 광고를 보아도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소주 광고에선 남성을 볼 수조차 없다. 또한 인터넷 신문기사엔 낯부끄러운 장면의 사진 광고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S라인’이라는 용어도 남성들에겐 쓰이지 않고 여성들에게만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철저히 남성들의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근원적 원인을 제공하는 남성들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모든 여성에게 강요한다. 도덕과 윤리라는 얇은 경계 아래 숨겨진 관음증과도 같은 그들의 욕망이 외모지상주의를 촉진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을 보며 감탄해마지않고, 영롱한 꽃망울이 터지길 기다리며 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추구가 인간다운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날 때, 우리도 역시 인간에게서 벗어나게 된다. 하나하나의 개성을 말살시켜 획일화할 때, 특정인들의 눈길에만 맞출 때, 인간은 인간이 아닌 상품이 되어 여기저기 팔려나간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성형외과 광고들은, 지금 우리 모습의 자화상은 아닐까?

덧붙임

정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