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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보고서] 무상의 건강한 학교급식 ‘잘 먹고 잘하자’ 실험에 대한 평가보고서(2008년 1월, 헐 대학 교육연구소)

아동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잘 먹고 잘 하자 Eat Well Do Well(EWDW)’는 2004년 영국의 킹스톤 어펀 헐(Kingston-Upon-Hull) 시의회가 추진한 대담한 실험이었다. 이것은 초등학교 4-6학년의 아동에게 무상으로 건강한 식사(아침, 따뜻한 점심/저녁)와 방과 후 간식과 과일의 제공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과 방식의 실험이었다. 그러나 2007년 9월 급식비의 재도입은 이 실험의 상당한 성과들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헐 대학 교육연구소의 조사보고서를 발췌․소개한다. 이 보고서의 원문은 http://www2.hull.ac.uk/ifl/PDF/IFL-R_finalreport.pdf 에서 볼 수 있다.


주요 발견

이 연구조사에서 핵심 문제는 전통적으로 ‘적격성’을 따져서 무상급식을 먹을 자격이 있었던 아동과 그렇지 않았던 아동 간에 응답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먹는 습관과 무상학교급식에 대한 반응을 묻는 44개 항목간의 비교 중 40개에서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의 의미는 뭘 먹고 어떤 걸 먹는 게 건강한지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는 두 집단이 사실상 동질적이며 추정됐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학교 급식이 음식과 섭식에 관한 문제인 한, 한 집단 쪽의 아동이 먹을 자격이 있다면, 모든 아동도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통계가 보여준 바는 무상의 건강한 학교급식이 학생의 섭식 습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아침을 안 먹는 일이 줄고, 낮 동안에 배고픔을 느끼는 일이 줄고, 통학 길에 먹는 일이 줄고, 상당히 더 많은 수의 학생이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영양적 측면

2005년과 2006년에 제공되고 소비된 식사의 영양가를 비교해봤다. 2005년 아동들은 채소를 싫어한다고 응답했고 채소는 흐물거리거나 ‘웃긴’ 천 같다고 했다. 아동들은 이 채소들이 냉동채소였다는 것을 모르고 답했고, 단지 싫어해서 안 먹는다고 했다. 2006년까지 메뉴가 개선(냉동이 아닌 신선한 채소, 직접 구운 빵, 스쿼시(과즙음료)가 아닌 과일 주스나 우유 등)되면서 아동의 섭식 태도도 변했다.

아동이 실제로 섭취하는 음식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아마도 하루 중에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식사일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난한 학교의 아동이 학교 점심을 더 많이 먹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아동들은 실제로 풍요한 학교의 아동보다 덜 먹었고, 덜 영양가 있는 걸 먹었다. 통계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두 학교간의 철분 소비에서 나타났다. 철분 섭취가 낮으면 학습의 성취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국내에서도 아동무상급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참세상]

▲ 국내에서도 아동무상급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참세상]



학습 태도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

2007년 통계는 무상 학교 급식의 결과, 아동이 에너지를 더 많이 갖고 피로감을 덜 느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응답에는 상당한 증가가 있었다. 또한 아침식사 클럽에 참여하는 아동들은 오전 시간을 유지하는 동안 더 높은 수준의 집중성을 보여주었다.

질적 통계는 응답자들이 무상학교급식을 우선적으로 아동을 위한 건강 계획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계획의 효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이 더 광의의 상을 지적해줬다. 많은 응답자들이 사회적 이익, 교육적 이익(아동이 학습에 더 준비돼있다), 낙인의 제거와 부모와 가족 지원을 말했다. 좀 더 양면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시의회를 놓고 경쟁하는 재정적 요구를 강조하는데 예민했다. 이것은 조사 시기에 공론화된 예산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할 만하다. 예산을 염려하는 응답자들은 또한 부모의 책임성을 강조했고 아이를 먹이는 것이 세금납부자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흥미롭게도 무상학교급식 계획이 성공적이라고 간주하면서도 무상성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응답자들이 있었다.

핵심 통계
• 응답자들의 대다수(80%)는 무상학교급식을 지지했다.
• 2007년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무상학교급식의 도입 이후 학생들에게서 차이점을 인식했다.
• 42% 응답자들이 학생들이 에너지를 더 많이 갖게 됐다고 느꼈고, 31% 응답자들은 아동이 덜 피곤해한다고 느꼈다. 이 수치는 2006년에는 22%와 18%, 2005년에는 16%와 20%였다.
• 아주 낮은 비율의 응답자들이 무상학교급식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느꼈다. 4%만이 그렇게 말했다.
• 교사들은 식당에서 교직원들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먹는 걸 더 좋아했다.
•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응답자들이 무상학교급식을 더 지지할 것 같다. 식당에서 먹는 사람 중의 91%가 무상학교급식을 지지했고, 교무실이나 교실에서 먹는 사람들의 79%가 무상학교급식을 지지했다.
• 응답자의 47%가 급식비의 재도입에 반대했고, 28%가 찬성했으며, 24%는 모른다고 했다.
• 응답자의 56%가 무상학교급식의 도입 이후 시의회를 더 많이 신뢰하게 됐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동의 건강을 위해 옳은 결정을 했고, 아동을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 교직원의 71%가 무상학교급식으로 이전보다 아동에게 부가된 낙인이 덜어졌다고 느꼈다.

반대 의견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들의 의견은 전적으로 ‘무상성’이라는 요소와 관련이 있었다. 무상성 반대 의견에는 두 요소가 있는데 첫째는 비용이다. 이 돈으로 교육을 위해 더 나은 목적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모의 책임성에 관한 것이다. 아이를 먹여야 하는 부모의 책임성 결여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또한 학교 급식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을 위해 세금 납부자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지 의견

지지 의견은 아주 다양한 근거를 표시했다. 이유들은 건강과 교육에 좋다는 것과 아동복지와 관련된다. 응답자들은 무상급식이 아동으로 하여금 건조식품과 초콜릿을 담은 도시락을 먹기 보다는 따뜻한 식사를 먹도록 고무시켰다고 느꼈다. 일부 응답자들은 무상급식이 더 많은 아동으로 하여금 과일과 채소를 더 먹도록 만들었다고 느꼈다. 응답자들은 많은 아동들이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하루 중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때가 학교 점심시간이었다는데 주목했다. 많은 아동이 집에서는 건강하게 먹지 못하고 있거나 일부 아동은 아예 식사를 못했다. 흔히 이런 의견들은 불리한 처지, 저소득, 박탈 등의 관심사와 동반됐다.

무상급식의 영향

2007년 조사에서는 교직원에게 학교 급식의 사회적 성격(급식 환경, 식사시간에 학생들의 행동, 아동과 성인이 식사시간 동안에 얼마나 어울리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아주 높은 비율의 응답자들이 무상급식 도입 이후 아동이 더 건강하게 먹는 것과 먹는 것의 사회적 성격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고 했다(각각 86%와 67%의 동의 또는 강력한 동의). 교직원 상당수가 점심시간에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행동이나 문제 행동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또한 교직원들은 급식 시간이 학생과 교직원간에 상호작용의 기회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학생과 교사가 더 많이 섞이고 식당이 더 즐거운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7%의 교사만이 급식 때문에 점심시간에 더 많은 학부모들이 주변에 있다고 느꼈고, 8%의 교사만이 급식 때문에 점심시간이 더 스트레스를 주게 됐다고 답했다.

낙인

“아동은 균형 잡힌 음식을 받고, 불리한 처지의 부모는 뭘 도시락으로 쌀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른 아동들은 식사를 즐기고 급식 등록이 무료이기에 어떤 낙인도 없다.”
“무상 급식을 받는 아동에게 낙인이 덜해졌다.”


2007년 통계에서는 학교 급식의 낙인효과에 대한 자발적인 의견이 포함됐다. 학교급식에서 ‘무상’ 요소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일부 응답자들이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이 좋은 생각이라고 느낀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몇 응답자들은 과거에 적격성을 따져 무상급식을 받았던 아동에 대한 낙인이 제거된 것을 언급했다.

“그러니까 아이들 사이에 ‘내가 돈을 내니까 내가 너보다 더 많이 먹어야 돼’식의 어떤 차별도 없다.”
“급식을 먹는 비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소득조사방법에 근거한 ‘무상’ 급식 명령에 부착된 ‘낙인’이 재도입될 것이다.”


더욱이 일부 응답자들은 급식비의 재도입이 낙인을 재도입할 것이라 느꼈다. 일부 응답자들은 덜 부유한 아동에게 급식비가 끼칠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했다. 예전에 무상 급식 자격을 가졌던 아동에 대한 특별한 언급에 대한 질문에서 71% 교직원들이 (보편적)무상급식의 결과로 이들 아동에 대한 낙인효과가 덜어졌다고 느꼈다.

아동의 행동

이전의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무상급식 도입 이후 아동 행동의 변화에 대해 감지한 바가 없었다. 그러나 2007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아동 행동의 차이를 감지했다. 응답자들은 한 영역 이상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공통된 응답은 아동이 더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상당히 높은 비율의 응답자가 아동이 피곤함을 덜 느낀다고 했다.

급식비의 재도입 이후

2007년 9월 자유민주당 행정부는 급식비를 재도입했다. 급식비 재도입 이후 학교 급식을 먹는 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통계화 하려는 시스템이 시 의회에서 없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정확한 통계를 기록할 수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교장들에 대한 면접조사를 했다. 모든 교장들이 다양한 이유로 급식비 재도입에 대해 우려했다.

첫 번째 지적은 많은 학교 식당에서 ‘혼란’과 ‘엉망’이 되돌아올 것이란 우려였다. 더 많은 아동이 도시락을 먹게 될 것인데, 이 아동들은 급식을 먹는 아이들과 한편으론 분리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먹기에 비좁은 환경이 초래될 것이다. 게다가 도시락은 대개 식당에 더 많은 쓰레기를 남긴다는 걸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일부 식당 종사원들은 도시락을 먹는 아동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 한 학교에서는 종사원이 급식이 아닌 도시락을 먹는 아동이 식사한 후에는 청소하기를 거부했다. 심지어 종사원은 도시락 먹는 학생에게 식탁 준비해주기를 거부했다.

중요한 것은 급식비를 징수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란 우려였다. 한 교장은 징수비용으로 일주일에 100파운드가 들 것이라 했고, 학교 재정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고 했다. 몇몇 교장들은 급식비 재도입을 운영하기 위한 어떤 재정지원도 시의회로부터 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별도로 급식비를 걷어야 하고 그걸 하는 과정은 가르침과 배움에 써야 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의미였다. 교장들에 따르면 급식비 재도입의 결과로 학교가 부채 비용 증가에 직면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급식비를 징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뿐 아니라 상당수 학부모가 내야할 때 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학교는 금요일마다 학부모를 접촉하여 급식비를 내야 할 때 내지 않은 학부모를 찾아내도록 하기 위해 직원을 고용해야만 한다고 했다.

교장들은 시간이 감에 따라 저질의 도시락을 먹는 학생 수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한 교장은 이것을 “자파 케이크(Jaffa Cake-당도와 열량이 아주 높은 영국과자)의 귀환”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일부 도시락들은 단지 과자를 싸온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들은 도시락의 증가와 더불어 아동에 대한 동료 아동의 억압, 낙인, 행동의 악화가 증가될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결론

3년 동안 헐 시의회가 추진한 ‘잘 먹고 잘 하자 Eat Well Do Well(EWDW)’는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의 부러움이 되었다. 2004년에 헐 시의회는 아동과 그 가족들의 미래에 투자할 비전, 야망, 행동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이 시도가 학교, 가족, 아동에게 미친 감지할 만한 혜택을 보였다. 평가에서 분명한 것은 이 시도가 더 오래 유지되었다면 더 많은 영향과 혜택이 자리 잡았을 것이란 점이다. 평가가 제시하는 점은 모든 아동을 위한 학습 환경이 무상의 건강한 학교 급식의 제공으로 지지된다는 점이다. 교장들은 학교가 배움과 사회화가 이뤄지는 더 평온한 곳이 되었다고 말한다. 급식비를 재도입했으니 시의회가 교육환경을 지원하는 이런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 안타깝다.
덧붙임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