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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인권교육, 날다

처음 만나는 인권, 두려움과 반감을 스르르

[인권교육, 날다] 인권교육의 첫 시간을 열어보자

“인권이 뭔가요?” 이런 질문은 때로 ‘흐으음~’ 하는 짧은 한숨을 자아내게 하고, 어떨 때는 ‘글쎄’ 하고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거나, 순간 숨을 멈칫케 하는, 참 쉽지 않고, 복합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인권교육을 접하는 순간 어김없이 시작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권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그 처음을 ‘난감’하지 않도록 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왼쪽은 ‘인권의 나무’, 오른쪽은 ‘여행가방 꾸리기’.<br />

▲ 왼쪽은 ‘인권의 나무’, 오른쪽은 ‘여행가방 꾸리기’.


인권교육이 처음인 꿈틀이와 함께하는 첫 시간은, ‘인권의 꽃’, ‘인권의 나무’, ‘인권에 있다·없다’, ‘실루엣 그리기’, ‘여행가방 꾸리기’, ‘나의 짝은 어디에…’ 등의 프로그램으로 꾸리곤 한다. 앞의 세 프로그램은 인권의 특성을 뽑아보면서 인권의 일반적 원칙을 알아가는 활동이고, 뒤의 프로그램들은 인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찾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교육 시간과 환경은 프로그램 선택의 자유를 주기보다는 창조의 노력을 요구하는 법!

날개달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지역아동센터(아래 센터) 생활복지사를 만나는 짧은 시간에, 그것도 60명을 한꺼번에 교육하면서, 아동인권도 이야기하고 센터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황도 고민해야 하는데, 인권일반은? 요리조리 고민 끝에 ‘인권은 ○○이다’라는 인권포스터 만들기를 정했다. 한 장의 그림을 주고 그림의 특성과 인권의 특징을 연결 지어 이유를 만들어보는 것이 인권포스터이다. 일단 그림과 연결해서 생각을 시작하기 때문에 꿈틀이들의 접근이 보다 가뿐하다. 또 이것저것(인권의 가치, 인권을 지키는 것들, 방해하는 것들)을 처음부터(생짜로?!) 따져봐야 하는 인권의 나무와 비교할 때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날개짓 - 인권은 청소기이다?!

모둠별로 그림을 한 장 씩 나누어 준다. 가급적 모둠은 3~4명 이내로 해서 많은 모둠을 만들면,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그림은 강아지, 버스, 창문, 사자, 비, 청소기, 메뚜기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참여하는 꿈틀이에 따라 특성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사물을 이용하거나 청바지, 휴지, 만화책처럼 일상적인 그림을 쓸 수도 있다. 단, ‘밥’처럼 그 의미를 인권과 연결 지어 연상할 때 너무 쉬운 그림보다는 특징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이 좋다.

모둠에서는 그림을 4절 색지에 붙이고 그림의 특성을 고려해서, 인권의 성격과 연결 지어 ‘인권은 ○○이다’라는 명제를 만들고, “왜냐하면, ~~~”으로 설명을 붙여 단다. 돋움이가 사례를 들어 제시할 수도 있다.



“인권은 공작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권리는 삶 속에서 펼쳐질 때 아름다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깃털 하나하나가 상호 협력하여 아름다움의 조화를 이루고, 인권이 지켜질 때 품위가 나타나기 때문에 인권은 공작이다.”

“인권은 청소기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고, 또 차별이나 불필요한 것을 제거할 수 있으니까.”

“인권은 단비이다. 왜냐하면, 가뭄에 필요한 단비처럼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인권은 소나기이다. 왜냐하면 세상을 깨끗하게 하니까. 인권은 봄비이다. 이 땅의 생명에 꼭 필요한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인권은 코끼리이다. 왜냐하면, 코끼리 코가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권은 인간에게 다양한 역할을 하며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인권은 코끼리 상아다. 인권은 인간에게 가장 있어야 하는 보석이다.”

“인권은 창문이다. 왜냐하면 마음의 창문을 열어야 소중한 인권을 볼 수 있다. 내 마음을 열어야 다른 사람의 인권이 보인다.”

“인권은 딸기이다. 왜냐하면 사랑과 관심,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영양에 필수적인 비타민을 주고, 우리가 지켜야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은 딸기이다.”

각 모둠에서 만든 인권포스터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인권은 기본적이라서 소중하다, 꼭 필요한 것이다, 차별 없이 모두 누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야 누릴 수 있다’는 등 놀랍게도 인권의 일반적 원칙이 술술 풀려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로서로 비슷한 인권의 특징을 골라낸 자신들의 포스터에 꿈틀이들의 표정도 흐뭇해지고, 어느새 ‘인권이 뭔가?’라는 질문으로 가졌던 두려움도 스르르 내려놓는다.

짧은 시간에 논의를 압축한 만큼, 인권의 개념과 원칙을 소개하는 짧은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준비해서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인권의 보편성, 기본성, 상호불가분성, 의존성, 역사성 등 인권의 성격을 소개하면서 꿈틀이가 앞서 이야기했던 그림의 명제들을 연결하면 인권의 특성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끄덕끄덕 맞장구’로

인권교육을 처음 마주하는 경우, 인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나? 뭔가 잘못 짚고 얘기하는 건 아닌가? 혹시라도 틀렸다고 하면 어쩌나?’하는 주저함을 느끼게 된다. 또는 ‘인권이 뭔지 알려고 왔는데, 나보고 말하라는 거야’라는 강한 반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권보호와 관련이 깊은 특정한 집단의 꿈틀이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을 처음 만나는 이들의 일반적인 마음이다.

인권일반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처음의 두려움과 반감을 덜어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꿈틀이가 생각했던 인권의 의미가 대부분 인권의 일반적 원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확인하는 과정이 프로그램 안에 녹아든다면, 두려움과 반감이 ‘끄덕끄덕 공감’으로 변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덧붙임

고은채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dlhre.org)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