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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격에 내분까지 겹친 팔레스타인

내분의 가장 큰 원인, 분할지배 전술

요즘 팔레스타인 관련한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두 조직인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전투가 벌어져 지난 2주 동안 60여 명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총질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요?

파타와 하마스

파타(FATAH)라는 말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표기의 약자로 1959년 야세르 아라파트와 그의 동료들이 쿠웨이트에서 만든 조직입니다. 이후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생기면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속한 가장 큰 조직이 되었죠. 그리고 1990년대 들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생긴 뒤 2006년 1월 총선 때까지 자치정부의 집권당이었습니다.

하마스(HAMAS)는 ‘이슬람 저항운동’이라는 아랍어 표기의 약자입니다. 하마스는 수십 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1987년에 인티파다(‘민중항쟁’을 뜻하는 아랍어)가 시작되자 그 이듬해인 1988년 1월에 만들어진 조직으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2006년 1월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두 번째 총선에서 하마스가 전체 132석 가운데 74석을 얻어 집권당이 되었습니다. 이 말은 파타가 10년 만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하마스가 합법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당이 되자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EU는 ‘하마스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하마스가 대이스라엘 투쟁을 계속하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마스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노력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일체의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돈의 흐름을 차단시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마비시켰습니다. 그리고 군사공격을 강화하여 무력으로 하마스 정부를 붕괴시키려 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하마스를 포기하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지난 여름, 레바논 침공과 함께 벌어졌던 ‘여름비 작전’과 가을의 ‘가을비 작전’으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게 살해당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분할지배 전술

지배집단이 피지배집단을 지배하는 주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분할지배’입니다. 대상 집단의 내부를 이리 저리 갈라놓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서 지배집단에게 대항할 힘을 약화시키거나 자멸하게 만드는 거지요. 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전술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시아파 대 수니파’로 나누고, 레바논을 ‘헤즈볼라 대 반헤즈볼라’로 나눠 싸우게 만드는 것이 예입니다.

그리고 지금 팔레스타인이 꼭 그 ‘꼬라지’입니다. 과거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하마스를 은근히 지원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제는 하마스를 약화시키기 위해 파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요. 선거에서 하마스를 찍지 말라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곧 누구를 찍으라는 겁니까? 당연히 파타죠.

여기서 마흐무드 압바스(일명 아부 마젠)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을 포함해 파타의 상층부는 미국, 이스라엘과의 협력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위치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협상 파트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면 ‘협상 파트너’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말 그대로 협상 상대일까요? 아니지요. 지배집단이 지목한 ‘협상 파트너’는 피지배집단의 대표처럼 비춰지게 됩니다. 또 협상 파트너에게만 돈을 지원함으로써 자연히 피지배집단 안에서 힘을 갖게 만드는 거죠.

2006년 6월 26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발전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출처; PCHR>

▲ 2006년 6월 26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발전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출처; PCHR>



지난 1월 19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니라 압바스 대통령을 향해 1억 달러 가량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들어가야 할 세금을 주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겁니다.

미국도 압바스 대통령을 향해 8천6백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돈은 압바스 쪽의 군인들을 증원하고 훈련하고 무력을 강화하는데 쓰이게 됩니다. 심지어 미국과 이스라엘은 파타 쪽으로 AK-47과 같은 총과 총알을 흘려보내 파타의 무력을 강화하며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하마스 정부의 붕괴와 압바스를 중심으로 하는 파타 정권의 수립입니다. 그리고 압바스 대통령은 선거를 다시하자고 요구하고 있고 하마스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풍선이 터지는 이유

두 손 또는 두 사람이 풍선을 잡고 힘껏 누르면 풍선은 터집니다. 풍선 안에 공기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풍선이 터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풍선 안의 공기가 아니라 풍선을 누른 손의 힘입니다. 추를 잡고 흔들어 볼까요? 그러면 추가 흔들리겠죠. 왜냐하면 추에도 무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추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추를 흔드는 힘의 존재입니다.

이번 파타와 하마스 사이 다툼의 가장 큰 이유도 미국과 이스라엘입니다. 그리고 설사 이번 일로 하마스 정권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얻을 것이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싸움을 전 세계에 비춤으로써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감춥니다. 또 세계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은 ‘단결해도 모자랄 판국에 싸움질이나 일삼는 구제불능의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 거지요.

아무튼 지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과 분할지배 전술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팔레스타인의 정당, 사회단체, 노조, 종교단체들이 요구하듯이 파타와 하마스는 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특히 파타와 압바스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노름에 놀아나지 말고 정신차려야 합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민주적 선택에 의해 선출된 집권당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덧붙임

미니 님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http://www.pal.or.kr)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