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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반딧불-인권아, 팔레스타인 가자!

http://sarangbang.jinbo.net/hrfilm/2004test/program_bandit.html

#) 주제
인권아, 팔레스타인 가자!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분쟁은 신문지 상 국제 면에 자주 오르내리는 식상한 한 조각의 뉴스거리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자살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과격한 테러리스트'나 그저 안쓰러운 동정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주류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다보면, 일상의 평온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그곳에, 응당 내가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상실한 이들이 고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사실을 어느덧 망각하곤 한다.

수십 명,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차가운 활자로 대하는 '경계' 밖에 서있는 '나'. 보금자리를 밀어버린 불도저 앞에서 망연자실 주저앉아 있다가, 다시 일어서 거대한 탱크에 돌을 날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일. 선홍빛 핏빛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족과 친구들의 아비규환을 접하며 '전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현실을 직면하는 일은 암울할 지 모른다.

이번 6월 반딧불은 쉽사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울분과 고통이 서려있는 땅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영상을 통하여 만나보려고 한다.

때와곳 : 6월 26일(토) 3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 상영작

<아나의 아이들, Arna's Children> (*제8회 서울인권영화제 개막작)
줄리아노 카미스, 다니엘 다니엘/ 2003 / 84분(min) / 다큐(Docu) / 이스라엘, 네덜란드

영화는 이스라엘의 검문소 앞을 길게 늘어선 팔레스타인 차량의 행렬부터 시작된다. 팔레스타인 스카프를 두른 한 여성이 흙먼지 자욱한 이곳에서 운전자들에게 경적을 울리라고 소리치며 이스라엘 당국에 강하게 항의한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아나. 이스라엘 출신인 그녀는 팔레스타인 청년과 결혼해 평생을 좌파운동에 전념한다. 아나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점령지인 예닌에서 대안학교를 만들어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 아침에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한을 아나는 연극을 통해 발산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표는 ‘치유’보다는 ‘저항’에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아나와 함께 연극을 가르친 아들 줄리아노이다. 그는 1998년부터 1996년까지 아이들과 함께 연극하면서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나가 암으로 죽고 이스라엘의 예닌 침공이 더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연극학교도 문을 닫는다. 작품은 연극학교와 함께 자랐던 아이들을 담은 전반부와 2000년 감독이 ‘아나의 아이들’을 찾아 예닌을 다시 찾는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활력에 넘쳤던 연극학교는 어느새 폐허로 변했고 아이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살아남아 저항군을 이끌고 있는 알라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감독을 기다리고 있는 아나의 아이들 소식이다.

영화는 10여년의 세월 속에 기록되어 있는 이들의 절망과 분노의 모습을 찬찬히 이어 붙인다. 비록 죽음과 총성이 난무한 비극이지만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이 주된 얼개로 이루어진 흔치 않은 작품이다. 울부짖고 호소하는 무기력한 희생자가 아닌 억압에 저항하는 전사들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슬픔도 힘이 된다’는 진리가 바로 이 영화의 힘인 셈이다.

인권 해설:

9.11 이후 전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서 테러를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갈수록 혼미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세계인은 테러에 대한 무한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고, 세계는 지금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문제로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8년 5월 영국이 철수하기까지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았다. 그러나 영국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함과 동시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하였다. 이후 이 지역의 역사는 대부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또는 이스라엘과 그 주변 아랍국과의 갈등의 역사이다. 팔레스타인은 아랍 대 이스라엘 간의 분쟁의 씨앗이며 그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벗어나 아랍 세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테러와의 전쟁의 큰 불씨가 되었다.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간의 평화조약이 체결되었지만, 1990년대 초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대적인 인티화다가 일어나기까지 평화 정착안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의 자치를 위한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의 이양 합의가 있었지만 이는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피난민, 그리고 유대 정착민이다. 평화 정착안은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를 세우고 아랍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을 쓸어버리고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가고 있고 팔레스타인인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빼앗긴 절대적 박탈감과 독립 국가수립을 위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처절한 절규가 드러나 있는 것이 바로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 맞선 자살폭탄테러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피의 보복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악순환은 강경 노선을 걷고 있는 샤론 정권 출범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팔레스타인 지역 거주민들,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삶은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상당수의 팔레스타인-아랍인들의 처지도 거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효분(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

#) 부대행사
팔레스타인 민중과 '나'의 관계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고,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엄한진씨와 함께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의 궁금증을 해소해 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