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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죽어서도 소외되는 어떤 이들의 삶

여성단체, 성매매 피해여성 인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죽어도 있어도 없는 듯 외면당 하는구나/ 절대로 죽지 말라/ 성매매가 없어지는 세상이 올 때까지 절대로 죽지 말라" 죽기 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형상화한 종이옷을 입은 채 진행된 정고을 씨의 진혼무에 이어 추모사가 낭독되었다.

28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인권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연쇄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성매매 피해여성에 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추모행사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전국 60여 개 여성단체가 함께 준비했다.

추모행사 참가자들은 "일반 시민들이 이유 없이 십 수명 희생되었다면 이렇게 전국민이 조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회적으로 유린된 삶을 살아야 했던 성매매 여성들은 죽음 이후에도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실제로 이번 연쇄살인사건 희생자의 반 이상이 성매매 피해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폭력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북 성매매 여성 현장상담센터 송경숙 소장은 "성매매 피해여성은 성구매자와 업주, 알선업자에 의한 일상적인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지만 이러한 폭력은 항상 감추어져 왔다"고 밝혔다. 추모행사 참가자들은 "성매매 여성은 차별과 피할 수 없는 가난, 그리고 끊임없이 여성을 유입시키는 성산업 구조에 의한 피해자"라며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인권보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또 이번 연쇄살인사건의 처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찰측은 "제보한 (출장마사지) 업주가 불법 윤락행위와 관련돼 있더라도 연쇄 살인범 검거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포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모행사 참가자들은 "성매매 업주는 선불금을 제공하고 이를 빌미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범죄자"라며 불법 성매매 업소, 이들과 연계된 폭력 조직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했다. 다비타의 집 전우섭 목사는 "경찰은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성매매 피해여성의 관점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쇄살인은 취약계층인 성매매 피해여성을 향한 폭력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고통에는 근원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채 엽기적인 가해자의 행적에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지에 놓인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이 다시금 우리사회에서 논의되고 산업형 성매매 업소의 근절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