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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위험수위 넘어선 어린이·청소년 학대

정부, 민간단체에 떠넘기곤 “나 몰라라”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한 학대가 이미 심각한 수위를 넘어섰으나, 정부는 책임을 방기한 채 그 처리를 민간단체에 떠넘기고만 있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 이호균)의 ‘2001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해 동안 어린이․청소년 학대 신고가 접수된 건이 2천1백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의식주나 교육 등에 대한 방임이 672건(32%)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신체학대 476건(22.6%), 정서학대(5.4%), 유기(6.3%), 성학대(4%)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0%가 중복학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접수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된다.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연구팀장인 장화정 씨는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 접수되는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학대가 진행되어 이미 심한 상처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잠재적으로 전체 아동의 2.6%인 3천5백5만 명이 학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이 발견되는 건수는 0.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학대의 후유증도 심각하다. 송파아동학대상담센터 자문위원 안동현(한양대 소아정신과 교수) 씨는 “학대가 심각한 상처와 함께 심리적인 불안, 공격적인 행동, 사회성 결여, 신체발달의 지연 및 인지발달 지체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고 지적한다.

학교에 결석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로부터 뺨을 맞고 발로 몸을 걷어차이고 모욕적인 말 등의 학대를 당한 세진(가명․남․15세)이는 그 후 신경성 구토 증세를 보이고 설사를 계속해 4-5일간의 입원치료를 받았다. 또 학대 과정에서 모서리에 허리를 다쳐 장기간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9조는 “모든 형태의 신체적․정신적 폭력, 상해나 학대, 유기나 유기적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혹사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및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7월 아동복지법에 학대와 관련된 조항을 신설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인력이나 예산, 공적 체계 등의 부족으로 인해 실효성을 거두기엔 역부족이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이호균 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부는 자체적으로 재정 부담이 가능한 민간단체에 아동학대예방센터를 위탁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지원은 센터 하나 당 5명의 인건비(1인당 1천3백만원 정도)와 연간운영비 2천만원 정도”라고 재정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시․도별로 1군데밖에 없어 실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상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소장은 “학대를 당한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8명의 인원으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해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상으론 사회복지전문요원이나 아동복지지도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정작 이들은 과다한 동사무소 업무만으로 포화상태인 실정이다. 결국 국가가 취해야 할 적절한 조치는 포기되고, 그것이 온전히 민간단체로 떠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 시․도별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사들은 “아동학대예방사업이 형식적인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국가의 경비 전액 지원이 절실”하며 “시․군․구 차원으로 센터를 곳곳에 만들어 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