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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2006년 겨울 빈민현장활동을 다녀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내가 도움이 되기나 할까?’, ‘나는 왜 자원활동을 하려고 하지?’ ‘(그저)또다시 한번의 ‘체험’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결국 나는 긴 시간동안 짝사랑을 하던 사람이 그렇듯, 어쩌지 못하는 심정으로 혹은 저질러 보는 심정으로 겨울 빈민활동을 신청해버렸다. 사랑방에 처음 자원활동을 신청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1. 체험
지난 1월 18일부터 21일 겨울 빈민현장활동에 참여했다. ‘주거, 공간의 박탈을 넘어 평등한 삶의 자리로’라는 표어가 상징하듯이 우리 사회 주거와 공간의 불평등을 알리고 실천하기 위한 자리였다. 서울역 앞에 실제 쪽방크기의 가건물 -노숙 당사자 모임아저씨들과 집수리사업단 사람들 그리고 실천단이 함께 만들었다- 을 세우고 이틀간 한데 잠을 자며, 우리사회 주거불평등의 문제를 드러내는 한편 최후의 주거지로서의 쪽방의 문제, 더하여 열악하지만 빈곤층에게 최소한의 주거지로서 의미있는 기능을 하고 있는 쪽방의 철거 문제를 지적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최근에 서울역 맞은편 남대문로 5가 쪽방도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TV프로 ‘만원의 행복’과, 모 단체가 주최했던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와 실제 빈곤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 하고 말이다. 살만한 집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언제나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달라지는 것이 좋은 일인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나는 다시 ‘체험’을 필요로 했는지 모른다. 빈활 기획 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2. 만남 혹은 연대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서울역 앞에서 간밤에 어떤 기자한테 수가 틀려서 화를 내고는 다음날 아침 추운데 고생한다며 쪽방 가건물로 라면을 사들고 찾아 오셨던 아저씨. 매각결정 사실을 모르고 계시면서 ‘(월세) 내라는 거 계속 내면서 살 예정’이라던 다가구매입임대주택(*10년 즈음된 다가구주택을 서울시가 매입, 수리하여 저소득층에게 공공 임대하는 정책이다. 애초에 목표한대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임대하고 잘 관리했으면 좋으련만, 시행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서울시는 수리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든다며 매각결정을 내렸다. 같은 방식의 정책을 작년부터 건설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다) 실태조사를 하러 갔다가 만난 씩씩하셨던 할머니. 지도에는 없는 포이동 266번지(*타워팰리스 맞은편, 박정희 정권 때 강제이주 당한 주민분들이 30여년 그곳에서 살아 오셨는데 구청은 주민등록을 말소했으며 게다가 토지변상금까지 물리고 도서관을 짓겠다며 철거계획중이다)에 계속해서 살고계신 아주머니 아저씨 아이들. 그리고 3박 4일 나에게 다른 세상에 대한 고민과 희망을 주었던 동료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시간들.

3. ‘집’이 중요한 이유
서울역 앞 쪽방 가건물에는 플래카드가 세 개 걸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람이 살고 있어요’였다. 집이 소중하고 필요한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집이 중요한 건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이유이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이 살아야 할 집에 사람이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겨울 빈활에 참가 하면서 나는 사회의 양극화나 주거의 불평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껴보려 했지만, 조금 다른 측면에서 ‘무엇을(어떤 중요한 것들을)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정리되진 않지만 절망하면서 혼자만 고민할게 아니라, 만나고 함께 나누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