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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저작권법 제자리 찾기 시작

재산권 앞서 이용자 권리 보장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저작권을 제한하고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장질서보다 문화 발전에 한층 다가선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천영세 의원(민주노동당)이 지난 12월 7일 발의한 이 개정안은 저작물의 공정이용 일반조항 및 디지털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조항 삽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천영세 의원안은 △저작재산권 제한의 포괄 조항을 두고 △도서관을 통한 저작물 등의 원격 열람과 도서관 사이의 관외 전송을 일부 허용하며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영역에서 기술적 보호 조치를 해제할 의무를 가지며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권리침해를 방지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면 책임을 면제받고 △저작권 침해를 '업으로 한 자'에 대해서만 형사 처벌하는 것이다.

저작물의 공정 이용을 규정하기 위해 포괄 조항으로서 신설된 제33조의2에 따르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고 권리자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히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재판절차 △학교 교육 목적 △방송·신문 등의 시사 보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 등에 지적재산권을 제한하는 개별 조항이 있었다. 법률로 규정한 몇몇 경우가 아니라도 포괄적 규정에 해당하면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저작권법이 한층 유연해지는 것이다.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를 규정한 제28조 개정은 디지털 형태의 복제물의 원격 열람과 도서관과 도서관 사이의 전송에서의 제약을 최소화 할 것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도서관 관외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열람이 동시열람 이용자 수 제한 없이 가능해진다. 또한 도서관 등에서 도서 등의 자체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디지털 복제하는 것이 허용된다. 디지털 형태의 복제와 전송에 복제방지조치를 취하고,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도서관 등이 디지털 형태의 복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저작재산권 보호 장치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 저작권법 제97조의5에 따르면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불법을 인지하기 어렵고 일시적 충동에 의한 침해 등이 발생하기 쉬워서 경미한 경우까지 과도한 형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해서 저작권의 침해를 벌하는 경우를 '업으로'하는 경우로 한정해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형태의 침해만 처벌받도록 했다. 이는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는 조항을 신설해서, 인터넷 공간의 영화나 음악 공유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한다고 네티즌과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우상호 의원(열린 우리당)의 개정안과 대조적이다. 또한 기술적 보호조치가 기존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을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개정안에 신설된 제33조의3에 따라 이용자는 기술적 보호조치 해제에 필요한 수단을 권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천영세 의원안은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회부되어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을 담당한 서진희 보좌관은 "우상호 의원의 대안처럼 다수당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올해 하반기 안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지난 19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 11개 정보인권단체는 개정안에 대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일반 네티즌들에 대한 대량 고소 및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줄이고 예술가들과 학자들에게 더 많은 창작물 및 학술 성과에 자유롭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 주어 우리 사회의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한 기반을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