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획] 착취현장으로 등 떠미는 교육당국…대책 마련 서둘러야

'간접고용'의 덫에 걸린 실업고 현장실습 ③ (끝)

실습생들의 노동 착취 상황을 전해들은 이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학교에서 업체를 잘 가려서 내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문제있는 업체에서 실습생들을 즉각 학교로 돌아오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문제는 이 간단한 해법을 학교현장에서는 좀처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습생들이 처한 인권침해 상황을 방조하고 나아가 실습생들을 인권침해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몰아넣기도 하는 것이 바로 학교이다.

14일 열린 ‘간접고용 현장실습 실태보고’ 자리에서 실습생들이 영상증언을 하고 있다.

▲ 14일 열린 ‘간접고용 현장실습 실태보고’ 자리에서 실습생들이 영상증언을 하고 있다.



등 떠밀기 바쁜 학교

많은 학교가 실습업체의 성격이나 실습조건 등을 세심하게 따지지 않은 채, 될 수 있는 한 많은 실습생을 내보내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으며 '간접고용'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습생들이 실제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가 실습생들을 인력파견업체나 용역업체 등에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습이 시작된 후에도 실습생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보살피고 실습생의 입장에서 이들의 인권을 적극 옹호해 주는 학교의 손길은 기대하기 힘들다.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도 담당 교사가 업체쪽 이야기만 듣고 가버리는 일까지 일어난다.

"실습제도가 있는 건 좋은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전화 한 통화 하지 않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하기 싫어도 잔업해야 한다고 협박하고 그러는데, 학교에서라도 나서주면 좋잖아요? 실습생들 권리를 지켜줄 곳이 아무 데도 없어요." (ㅅ공고, 허 )

"실습 나온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학교에서 한 번도 찾아온 적 없어요. 시험 때문에 우리가 직접 담임한테 전화한 것 빼고는 학교에서 전화 한 통화도 없었어요. 학교에서 전혀 신경을 안 써주니까 서운하죠." (N고, 민 )


나가면 절대 돌아오지 마?

장시간 중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실습을 그만두는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는 학교마저 있다. 그만두는 실습생이 많아지면 다음해에 또다시 실습생을 내보내기 힘들어지고 돌아온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다른 실습업체를 찾아보는 일이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애들이 끈기가 없다,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실습생에게 책임을 돌려버리거나 인권침해 상황을 사회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절대 돌아오지 말라!'는 규정을 정당화한다. 아예 실습을 중단하고 돌아올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미리 받아두는 학교도 있다.

"회사랑 대판 싸우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는 찬밥신세였어요. 왜 돌아왔는지, 뭔 사기를 당했는지 학교에선 관심도 없어요. …실습생들이 돌아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 이유를 들어주지 않아요." (P고, 문 )

"일단 나가면 졸업할 때까지 못 들어와요. 선생님들이 '나가면 돌아오면 안된다', '졸업할 때까지 돈이나 벌어라' 그래요. 돌아오면 맞아요." (ㅅ전자공고, 김 )

서약서에는 실습 도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서 학교에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학교가 실습생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인권침해 현장으로 실습생들의 등을 떠미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학교에서 실습협약서도 쓰고 서약서도 썼어요. 무슨 문제가 있어도 학교에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쓰라니까 그냥 썼지만, 뭐 이렇게 하나 기분이 나빴어요." (ㄱ전자고, 박 )

충남의 한 실업계고등학교가 실습생들에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서약서 양식

▲ 충남의 한 실업계고등학교가 실습생들에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서약서 양식



기본실태도 파악 못한 교육당국…책임 떠넘기기만 급급

사태가 이러한데도 교육당국은 지난 14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실태보고서를 발표하기 이전까지 지도감독은커녕 기초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태 파악도 안되는데 간접고용 현장실습을 엄격히 규제하는 일에 적극 나섰을 리 없다. 현장실습에 대한 장학지도는 형식적으로만 진행될 뿐이고, 노동인권에 관한 아무런 사전 교육 없이 실습생을 내보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예 교육청이 나서 '서약서' 양식을 일선 학교에 제시하는 경우마저 있다.


실습생 인권 대책 시급

"전공도 살리고, 학교에서처럼 시간을 정해서 일하는 시간도 정하고, 월급도 웬 만큼 주면 좋겠어요. 학교 선생님들도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해요. 실습생도 똑같이 일하는 거니까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다른 노동자들이랑 똑같이 보호받아야 해요. 중간업체는 없어져야 해요. 중간업체 없이 업체와 학생이 1:1로 맺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될 테니까." (K고, 나 )

한 실습생의 말처럼, 간접고용 현장실습의 덫에 걸린 실습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을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간접고용 현장실습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실습 관련 법령과 지침의 개정, 교육당국의 확고한 의지 표명과 충실한 관리감독이 급선무다. 특히 실습업체의 법적 의무와 위반시 처벌규정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나아가 실습생이라는 모호한 신분적 굴레로 갇혀 실습생들이 인권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현실에도 손질이 필요하다. 독일과 프랑스의 예처럼, 실습생도 노동권의 주체임을 법에 명시하고 실습생 고용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시켜야 마땅하다. 학교교육에서 노동인권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도 두말 할 나위 없다.

교육당국과 노동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 교육당국과 노동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그러나 획기적 제도 개선과 적극적 지원이 없는 한,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현장실습을 교육과정답게 운영할 업체를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 규제·지원 대책을 마련해 현장실습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든지, 아니면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라는 것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