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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홍콩각료회의 반대 시위 900여명 연행

홍콩경찰, 연행자 폭행·속옷차림 수색까지 자행

세계무역기구(WTO) 홍콩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현지에서 투쟁중인 한국민중투쟁단(아래 한국투쟁단) 등 시위 참가자 900여명이 18일 새벽 전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홍콩경찰은 연행자들을 폭행하고 속옷 차림의 수색까지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각료회의 폐막을 하루 앞둔 17일 한국투쟁단은 각료회의 중단을 요구하며 빅토리아공원에서 결의대회를 마치고 오후 4시경(현지시각) 회의장인 컨벤션센터를 향해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봉쇄를 뚫고 컨벤션센터 앞까지 진출한 투쟁단에 대해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최루탄을 터뜨리며 해산을 시도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밤 10시경 투쟁단을 빙 둘러싸고 기자들은 물론 홍콩시민들의 출입까지 막은 후 18일 새벽 3시경 연행을 시작해 아침 8시30분경까지 한국투쟁단을 비롯한 900여명을 전원 연행했다.

홍콩경찰의 봉쇄 속에 연행되는 집회 참가자들 [출처] 신자유주의 세계화반대 미디어문화행동(gomediaction.net)

▲ 홍콩경찰의 봉쇄 속에 연행되는 집회 참가자들 [출처] 신자유주의 세계화반대 미디어문화행동(gomediaction.net)



홍콩경찰은 이들을 쿤통경찰서와 쿤통법원, 케이톡경찰서 등에 분산 수용해 조사했다. 경찰은 연행시 수갑을 대신해 케이블 타이(cable tie)로 연행자들의 손목을 묶었고 심지어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이를 풀지 않았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아래 전여농)에 따르면 대부분 쿤툰경찰서로 연행된 전여농 회원들에게 경찰은 속옷차림의 몸수색을 강요했고 케이블타이로 집게손가락 2개를 묶었으며 화장실을 사용하려 해도 30분이 걸리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 심지어 경찰은 항의하는 농민들의 뺨을 때리기도 했으며 통역을 구하는 투쟁단에게 경찰이 제공하는 통역만을 이용할 것을 강요했다. 한국투쟁단에 따르면 홍콩경찰은 연행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수색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구타하기도 했다.

18일 날이 밝자 홍콩 현지 인권단체를 비롯해 홍콩민중동맹, 아시아태평양여성포럼 등이 WTO 반대시위 관련 특별법원으로 지정된 쿤퉁법원 앞에서 연행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경찰은 연행자들을 기소하지는 않되 집회에 참가하지 않고 출국하겠다는 서약서를 석방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각료회의 폐막일인 이날 오후 예정된 대규모 시위에 연행자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이들의 석방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연행자는 사법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쟁단은 18일 △연행자들의 즉각 석방과 안전한 귀국 보장 △시위진압·연행·조사과정의 부상자 치료 보장 △경찰서 안 인권침해 행위 중단과 사과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