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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토론회, 그 절묘한 타이밍

"외국에 나갔다가 경찰이 (집회)참가자를 '무엇 패듯이 패는 것'을 보며 '아, 이것이 확실한 법집행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31일 경찰청 주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대토론회

▲ 31일 경찰청 주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대토론회



조중근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대외협력본부장의 이 말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31일 경찰청이 주최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온 그는 "도심에서 시위·행진하는 것, 정말 못보겠다"며 "경찰이 좀더 확실하게 법집행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임승택 경찰청 경비과장은 "불법 폭력시위를 근절하기 위한 토론회"라며 토론회의 본래 의도를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99년부터 최루탄을 써오지 않고 있지만,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쓰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조하건대 이날 토론회는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대토론회였고, 주최는 경찰청이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칠준 다산인권재단 이사는 "발제문을 들어보니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점과 행태를 비판하는 토론회인 것 같아서 토론자로 나온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발제문은 한발 더 나아갔다. 김유환 교수(이화여대 법학)는 '새시대의 시위문화에서의 경찰의 역할'로서 '시위의 자율성에 입각한 시위대처'를 강조하며 "형사적인 책임과 함께 민사적인 책임구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맥락에서 '경찰책임에 따른 비용상환 등'을 제시하며 "시위자들이 경찰 동원에 대한 비용을 물어야 하는 구조로 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의 침범과 훼손에 대해서는 "과실에 의한 경우라도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교수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책임추궁을 할 것"을 주장하며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책임추궁"이라는 부연설명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김 교수의 입장에서 경찰은 '경찰의 기준'으로 시민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나머지는 모두 시위자들의 책임이 될 뿐이었다. 그 동안 '시위대'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에만 집착해온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도 시위대의 불법, 폭력행위를 경찰과의 상관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시위대의 자율적 관리노력의 실패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찰이 '내려주신' '자율적 시위'에 무한한 감사의 박수를!

김 교수의 '놀라운' 발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폴리스라인의 설치방식은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목재바리케이드, 철제바리케이드, 버스나 순찰차량, 모터스쿠터, 경찰견, 기마경찰, 플라스틱 테이프, 정복경찰 부대 등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버스나 경찰견, 기마경찰까지 경찰통제선이 될 수 있다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 대토론회였다. 주최는 경찰청이었고 '대'토론회의 부제는 '선 지키기, 폴리스라인'이었다.

다행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 다산인권재단 김칠준 이사, <한겨레> 신기섭 논설위원과 같은 토론자들이 참석해 경찰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전북대 김 교수는 "폴리스라인은 '배제'가 원칙이 되어야 하고 '설치'가 예외가 되어야 한다"며 "집시법은 도리어 폴리스라인 설치가 일반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고 실제로 대규모 집회나 군부대 앞에서의 집회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폴리스라인이 설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폴리스라인의 설치는 의사소통 기본권으로서의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

불행인지 다행인지, 적지 않은 '동원된' 청중들이 발제 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경찰청'에서 주최해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방안을 토론하는 '대토론회'였다. '경찰관 채용 시 남자 키 167센티미터, 몸무게 57킬로그램 이상, 여자 키 157센티미터, 몸무게 47킬로그램 이상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개선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지능론'을 내세웠다. "눈에 보이는 키를 제한하는 게 인권침해라면 그럼 눈에 안 보이는 머리를 제한하는 것은 무엇이냐", "머리도 천부적이다. (수술한다고 키가 커지는 것이 아니듯) 뇌수술 한다고 머리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필기시험에서) 백날 (공부)해도 안된다"는 것이 그가 내세운 '지능론'의 요지다. 그의 '지능론'이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기본적인 인권의식까지도 의심하게 만드는 이 시점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