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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길거리 CCTV, 범죄율 감소 효과 없어

사생활 침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을 줄인다며 길거리에 설치된 서울 강남구(구청장 권문용)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실제로는 범죄율 감소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인권활동가모임 등 정보인권단체들과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는 강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CTV 설치 전후 범죄율을 보여주는 서울경찰청 자료를 공개한 것.

CCTV 관제센터 [출처] 강남구청

▲ CCTV 관제센터 [출처] 강남구청



이 자료에 따르면, 강남경찰서가 CCTV 관제센터를 운영한 지난 11개월 동안 CCTV를 활용해 범인을 검거한 건수는 36건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8월 CCTV 설치 이후 올해 7월까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이른바 5대범죄의 범죄율(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은 142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 감소했지만 서울시 감소율 평균인 12.6%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이는 서울시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24위에 그친 것. 한편 범죄별 발생건수 순위는 전년 같은 기간에 살인은 16위에서 11위로 강도는 8위에서 3위로 CCTV 설치 이후 오히려 높아졌다.

월별 5대범죄율은 CCTV 설치 직전 122건에서 설치 한 달만에 95건까지 감소했으나 6개월 후인 올해 2월에는 123건으로 다시 증가해 '반짝효과'만 낸 것으로 분석됐다. 또 CCTV 설치 직후 5개월의 범죄율과 그 이후 6개월의 범죄율을 비교해보면 서울시 평균치가 0.01% 감소한 반면 강남구는 16.7%나 증가했다.

단체들은 "범죄수사라는 측면에서도 CCTV의 설치가 실효성있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며 CCTV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통행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근거 법률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남구청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강남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설치는 강남구에서 했지만 운영은 경찰청에서 하는 것이니까 범죄율 문제도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CCTV 철거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2003년 7월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당시 강남구에서 시범운영하던 CCTV를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최근에는 강남구청이 나서 설치를 원하는 구에 총 47억 원을 지원하기로 해 길거리 CCTV는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단체들은 "CCTV 설치 이전에 범죄발생율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 노력, 범죄수사의 과학화, 인적·제도적 토대 확충 등의 과제가 수행되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라며 "범죄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빈곤해결과 사회불평등 해소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선행했는지 고민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부터 CCTV를 시범설치한 강남구는 지난해 8월 △360도 회전기능 △22배 줌기능 △수배자 얼굴과 실시간 비교대조 기능 등을 가진 CCTV 272대를 강남구 전역에 설치하고 이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CCTV 관제센터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강남구는 "(시범실시 결과) 112 신고접수 건수가 감소하고 강력사건이 없어지는 성과를 거뒀다"며 '디지털 안전도시'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CCTV 100대를 추가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