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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CCTV 설치는 사용자의 권리?

노동부, CCTV 철거요구 파업 불법 규정


지난해 8월 대용노조가 CCTV의 철거를 요구하며 단행한 파업에 대해 노동부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15일 민주노총,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성명을 발표해, '감시카메라(CCTV) 설치가 사용자의 권리'라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규탄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25일 '단체교섭 대상 등 관련 질의 회시'란 제목의 공문을 통해 익산노동사무소장에게 "고가장비 등 시설보호 목적으로 공장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근로계약 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근로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은 (주)대용이 CCTV 설치에 대한 사회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자진 철거한 바로 다음날.

'회시'에서 노동부는 "CCTV 설치가 개별 근로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할지라도 이를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CCTV 설치 문제는 임의적 교섭사항"이라고 해석했다. 임의적 교섭사항이란 사용자가 교섭에 임할 의무가 없어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항을 말한다. 이에 따라 전북지노위의 '조정종료'까지 받으며 합법적으로 단행한 대용노조의 파업은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낙인찍혔다.

이러한 유권해석에 신이 난 것은 (주)대용이었다. (주)대용은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대용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하여 (주)대용은 11월 12일자로 노조원 6명 해고, 5명 정직, 18명 감봉, 15명 시말서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용노조는 그날 곧바로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CCTV 설치에 따른 쟁의행위 정당성 여부를 다시 물었다. 지노위의 조정종료 절차까지 밟아 파업에 돌입했는데도 불법이라는 해석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26일자로 대용노조 측에 재차 회신된 노동부의 입장은 이전과 같았다. 대용노조의 합법파업이 사측의 CCTV 자진 철거로 일단락된 후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노사갈등을 다시 악화시킨 것.

이에 대해 대용노조 박재현 사무장은 "이제는 조정종료 결정을 받아 합법적 쟁의행위에 들어가도 노동부가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판"이라며, 노동부에 대해 사측편이라고 강하게 힐난했다. 하지만 노동부 노사조정과 정정식 사무관은 "CCTV를 설치해서 어떻게 인권이 침해되는지 명확하게 납득을 할 수가 없다"며 노동부의 인권의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제노동기구는 이미 88년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현대적인 전자장비들이 노동자들의 움직임과 개인정보를 통제하고 감시하는데 부적절하게 사용되거나 남용될 가능성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향후 노동기준설정에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후 96년에는 노동감시의 문제가 사측과 노동자간의 합의사항임을 분명히 천명한 바 있다.

한편, 오는 22일에는 전주지노위에서 대용노조가 제기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CCTV 철거 문제를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