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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총기 오·남용과 피해배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클릭! 인권정보자료] 논문 『경찰상 무기사용의 한계와 권리구제에 관한 연구 - 손해배상을 중심으로 -』

저자: 김기재(한국외대 대학원 법학과 행정법박사)/ 2005년 2월/ 294쪽

검문소의 검문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무면허 운전자를 경찰관이 차량절도범으로 여기고 쫓아가 잡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했다면, 여러분은 적법한 것으로 이해하겠는가? 아마 무면허 운전자를 잡기 위해 총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중론일 것이다.

그런데 좀더 자세히 알아보니, 경찰관은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멈추라'고 1회 정지 명령도 했고, 실탄을 발사하기 전에 공포탄 1발을 쏴 경고 사격도 했으며, 거의 쫓아가 수갑을 채우려는 순간 범인이 폭력을 행사해 붙잡는 데 실패했다. 당시 경찰관은 권총, 경찰봉, 가스총, 무전기 등을 소지하고 있어 사실상 더 이상의 추적이 불가능했고, 그래서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권총으로 범인의 다리를 맞춰 검거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경찰관이 총기를 함부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범인 검거를 위해 총기사용이 불가피했다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위의 경우 총기사용이 정당했는지에 대해 정답은 있을 수 없고 판단만이 존재할 뿐이다. 법원은 "가스총과 경찰봉을 사용하거나 다시 한번 공포를 발사하여 범인을 제압할 여지가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 총기사용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대판 1993.7.27, 93다9163)라고 판시했고, 김기재 박사는 자신의 논문 『경찰상 무기사용의 한계와 권리구제에 관한 연구』에서 "경찰관의 적법하고 타당한 그리고 총기사용 안전수칙을 이행한 상황에서 직무상의 총기사용은 최대한 면책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사견을 밝혔다.

하지만 김기재 박사가 각각의 경우에서 총기사용의 정당성 여부를 논박하려고 『경찰상 무기사용의 한계와 권리구제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 박사는 논문에서 경찰이 범인 검거 등을 위해 총기를 사용한 것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과잉대응이니, 정당행위니' 하는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 자체를 고발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기사용 규정을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답을 제시한다.

이 논문의 장점은 '무기사용 규정의 세밀화와 구체화'라는 명제를 단지 당위적으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무기사용 규정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안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의 통일경찰법모범초안의 무기사용 규정은 △직접강제의 계고(제39조) △총기사용에 관한 일반규칙(제41조) △사람에 대한 총기사용(제42조) △다중속에 있는 사람에 대한 총기사용(제43조) △ 특수무기, 폭발물(제44조)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무기사용 규정이 경찰관직무직행법 제10조의4에만 개괄적으로 서술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찰행정법을 강의하다가 경찰의 무기사용이 특히 여론에 민감하고, 경찰 스스로도 무기를 다루는 문제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현재 우리 나라는 무기사용에 관한 실무지침이 세세하게 나와 있지 않다. 또 (경찰의 무기사용으로 인한) 피해 발생시 권리구제(제도)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에 관해 이전에 연구한 박사논문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논문의 주제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상 무기사용의 한계와 권리구제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쓰게 된 김 박사의 설명이다. 김 박사의 설명처럼, 이 논문은 경찰의 무기사용 문제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국가배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주목된다. 논문은 국가배상의 청구대상을 규정한 현 국가배상법 제2조의 내용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행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법령을 위반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 △손실과 인과관계가 있는 이상 다섯 가지 요건으로 분석하여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김 박사는 이 논문에서 경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에서 나아가 적법한 행위에 대한 손실보상의 문제까지를 다루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남겼다.

한편, 논문은 '경찰상 무기사용의 한계'와 '권리구제'라는 두 개의 본 주제를 설명하면서 △무기, 경찰, 고의·과실, 직무 등의 개념 △무기사용 규정의 연역과 경찰 조직 △경찰상 무기사용의 요건과 한계 등에 관해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경우와 비교·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 일반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큰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종종 생소한 법률 용어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사용하고 법률상의 문투로 문장을 서술해 나아감으로써 독자가 글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단점을 지적하고 싶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무기의 사용)

①경찰관은 범인의 체포·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형법에 규정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때 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
1.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자가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대하여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또는 제3자가 그를 도주시키려고 경찰관에게 항거할 때에 이를 방지 또는 체포하기 위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2. 체포·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 본인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대하여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또는 제3자가 그를 도주시키려고 경찰관에게 항거할 때 이를 방지 또는 체포하기 위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3. 범인 또는 소요행위자가 무기·흉기등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고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의 투기명령 또는 투항명령을 받고도 이에 불응하면서 계속 항거하여 이를 방지 또는 체포하기 위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4. 대간첩작전수행에 있어 무장간첩이 경찰관의 투항명령을 받고도 이에 불응하는 경우
②제1항의 "무기"라 함은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도록 제작된 권총·소총·도검등을 말한다.
③대간첩·대테러작전등 국가안전에 관련되는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개인화기외에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경찰의 무기사용에 관한 유일한 법적 규정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이다. 제10조의4 제1항은 위해를 가하지 말고 단지 위협의 수단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일반요건을 서술하고 있고, 제1항의 각 호는 무기사용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네 가지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