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학생정보 유출 '동업자'로 전락한 학교

최근 전국 1천여 개 학교의 초중고생 개인정보 100만여 건이 유출되어 사교육 업체의 텔레마케팅 자료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졸업앨범 제작업체가 앨범 제작을 위해 학교로부터 받은 학생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브로커에 의해 집적돼 인터넷화상 강의업체 등에 팔렸고 업체가 이를 활용하다 경찰에 의해 포착된 것.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매매하는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학생정보를 다른 브로커와 맞바꿔 가며 정보량과 정보 판매처를 넓힌 것으로 드러났다.

자그마치 100만 건! 학교를 전적으로 믿은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이처럼 대량으로 손쉽게 학교 담장을 넘은 것은 경악스럽다.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학생들의 개인정보에 침을 흘리고 있는 업체들이 수두룩한데 양질의 정보가 대량으로 집적되는 학교가 정보매매 브로커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유출된 정보 중 5만여 건은 일선 학교 교사들이 만드는 '아동명부'와 '학급경영록'으로 학생의 이름·생일·주소·전화번호·취미·장래희망은 물론 보호자 이름·직업·학력 등 가정환경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 번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듯 한번 유출된 정보도 되찾을 수는 없다. 몇 명의 브로커를 잡아들인다 해도 이미 유출된 정보까지 모두 '잡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빗장을 걸어 잠근다 할지라도 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정보유출 사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사건에서 유출된 정보도 학교별로 보관되므로 내부인의 협조나 부주의가 없었다면 유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는 터졌고 브로커들의 손에 의해 대량으로 집적되어 상품으로 팔려나갔다. 결국 유일한 대책은 정보수집 자체를 필요한도 내에서 최소화하고 유출사고를 대비해 분산해서 관리하는 것뿐이다.

또한 우리는 이들 수집된 정보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필수적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학부모의 직업과 학력이 학생 교육에 어떤 도움을 주기에 학교에서 미리 파악하고 보관해야 하는가. 필요에 따라 학생과의 개별면담을 통해 담임교사가 알아두는 것으로 충분할 이런 정보를 학교 중앙에서 공식문서로 모아 일괄 관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교육부가 뒤늦게 학교 정보담당자를 상대로 개인정보 보호교육을 실시하고 '개인정보 수집처리 요령'을 내놓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학교측의 무분별한 학생정보 수집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참에 학교에서 관행처럼 수집하는 학생정보의 종류와 양을 점검하고 정보 집적의 단계부터 그 필요성이 세심하게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이런 전체주의적 사고는 지난 네이스 투쟁을 통해 학교 현장부터 깨져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언제까지 학교는 정보매매 브로커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동업자의 역할을 자임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