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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 ② '한원CC' 노조

"슬픔도 힘이 된다"

용인시 산 속에 위치한 한원컨트리클럽(아래 한원CC)에 들어서자 반짝반짝 광을 낸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차장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한 편에는 바람정도만 피할 수 있는 천막이 쳐져있다. 바로 한원CC 경기보조원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

지난 7월 5일 회사가 경기보조원 전원을 일방적으로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된 농성이 겨울에 이르도록 끌날 줄 모르고 있다. 노조 부위원장 서영미 씨에 따르면, "마스타(경기보조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관리자)가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와서 '자치회규약'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백지에 서명하라고 했다. '용역서명 아니냐'고 묻자 '아니라'며 서명하지 않으면 '빽'(골프채 가방)을 주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회사가 아닌 고객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경기보조원들에게 '빽'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골프장 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고'와 같다. 어쩔 수 없이 경기보조원 148명 중 40명을 제외한 사람들이 서명을 했고, 서명을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해고를 당했다. 결국 용역과 해고에 항의하며 40명의 경기보조원들은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 회사 편들기 바빠"

모두 여성노동자인 경기보조원들이 140일이 넘도록 농성장을 지켜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농성을 시작하고 15일째 되던 날 회사는 용역깡패 50여 명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경기보조원을 집단 폭행해 2명의 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실신했고 18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대외협력국장 임옥현 씨는 "길바닥에 팽개쳐지고, 맞아서 쓰러지고… 정말로 무서웠다. 듣지 못할 욕도 다 들었다"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얘기했다. 용인 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용역깡패들이 경찰의 비호 아래 폭력을 휘둘렀다고 노조원들은 말한다. 임 씨는 "시설보호 명목으로 경찰이 이미 회사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노사문제라 개입할 수 없다'며 회사의 탄압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찰의 '회사 편들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가 계속 교섭을 회피하자 경기보조원들은 8월 21일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이 골프장 안으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400여명이 출동해 50여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연행해 갔다. 그리고 이날 연행된 임승오 위원장 등 3명을 업무방해,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뇌기도 한다. 서 씨는 "용역만 받아들이면 회사에서는 다 들어준다고 했다"며 경찰이 스스럼없이 노동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노조는 용인 경찰서의 회사 비호행위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상태다.


"가압류까지 거는 악질 회사"

더욱이 회사는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현재 회사는 경기보조원 2명의 아파트에 대해 각각 2억 4천만 원을, 또다른 2명에게는 각각 5천만 원을 가압류한 상태다. 자기 명의의 집이 없는 조합원 33명에 대해서는 입출금 통장까지 가압류하며 14억 원을 걸어놓았다. 집과 통장을 모두 가압류 당한 임 씨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마련한 집이었다. 혼자서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데… 지금도 가압류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못하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생존은 더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간식을 사 달라고 할까봐 겁이 난다는 동료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임 씨는 "다들 어렵지만 어떻게 해줄 도리가 없어서 속상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이러한 상황에서도 투쟁을 지속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회사의 업무 지시를 받고, 규율을 지켜야 하는 노동자를 '특수고용직'이라는 딱지를 붙여 노동3권을 박탈하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해 온 회사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라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임 씨는 "회사는 필요할 때는 마구 부려먹는다. 풀도 뽑고 한 겨울에 눈도 치우게 하고… 회사를 위해서 아무런 불만 없이 시키는 대로 다 했더니 결국 그 보상이 용역이었다"고 분노했다. 심지어 그녀는 눈을 치우다 넘어져 팔을 다쳐 3주 동안 일을 하지 못했는데도 회사는 단돈 5만원으로 치료와 보상을 대신했다며 "살기 위해서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객들로부터 받는 멸시와 천대도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서 씨는 "골프 내기해서 돈을 잃으면 보조원 때문에 돈 잃었다며 윽박지르고, 욕은 말할 것도 없다. 못생겼다고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 씨는 회사가 오히려 고객들의 항의가 두려워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부터 생계를 위해 노조 차원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는 노동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흘릴 눈물도 남아 있지 않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인간답게 사는 것' 그것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두움이 내리자 오뎅꼬치를 한 보따리 들고 이제는 장사를 하러 가야 한다며 나가는 노동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하루 빨리 그녀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