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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재가 알아야 할 기본권

"가진 자들의 자가용 유지비도 안 될 36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빈곤한 자들의 삶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의 정신을 망각한, 헌법재판소(아래 헌재)의 최저생계비 위헌 소송 기각 결정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가 드높다. <하루소식 2004년 10월 29일자 참조>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장애인 이동권 연대 등은 29일 헌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판결은 하루에 3명이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고, 600만 빈곤층과 100만의 빈곤 아동들이 존재하는 현실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최옥란 열사의 죽음이 준 메시지를 떠올리라"며 "장애인들의 최저생계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성토했다. 지난 2001년 겨울,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라'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다 이듬해에 숨을 거둔 최옥란 열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최옥란 열사에 이어 위헌 소송을 냈던 이승연 씨는 이번 결정에 대해 "2년 반 동안 기다려왔는데,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리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양영희 소장은 헌재가 장애인에 대한 타 법률의 지원 등을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린 점을 두고, "장애인복지법 등 타 법률은 대부분의 장애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할인과 감면 혜택 일색"이라고 꼬집었다. 양 소장은 자동차 감면 혜택의 예를 들며 "가난한 장애인들이 얼마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겠느냐"며 '무늬만 요란한' 타 법률을 근거 삼아 내린 기각 결정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허혜영 상임활동가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답게 살 권리'는 전쟁이나 경제위기 등 어느 순간에도 우선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일깨웠다. 이어 "빈민의 목소리에 근거해 최저성계비 등을 정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이번 결정은 국가가 이러한 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는 헌재의 역할을 저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새롭게 계측된 최저생계비를 12월 1일 공표하고, 내년 3월에는 2006년부터 도입될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