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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녹지조성에 가난한 사람들 갈 곳 잃어

사회단체들, 쪽방철거 방침에 주거빈곤 해결 요구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후의 안식처였던 '쪽방'이 지방자치단체의 녹지조성이라는 명분 하에 철거될 위기에 놓여있다. 2003년 10월 영등포구청은 녹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영등포 1동 쪽방 을 철거했고, 최근 언론을 통해 영등포 2동 철거계획이 보도되자, 빈곤사회연대(준) 등 5개 단체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거빈곤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영등포역 주변인 영등포 2동에는 50∼60여 개의 쪽방이 밀집해 있고, 130∼1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

이들 단체들은 "정부가 쪽방에 대해 철거를 중단하고 용도전환을 금지하기 위한 긴급한 행정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다중주택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중주택은 단신생활자와 2인 가구를 위한 저렴한 원룸형태의 주거공간이다. 영등포역 및 서울역 쪽방에 대한 철거계획이 소문으로 퍼지면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을 넘어 절망에 휩싸이고 있다. 영등포 2가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김학식 씨는 "영등포 역전을 중심으로 5백 미터만 지나면 보증금 없이는 들어갈 방이 없다. 쪽방이 철거되면 이곳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노숙이라든지 자살 같은 극단적인 삶으로 내쫓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제일 시급한 것은 단 1평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다. 설사 철거를 해도 최악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대안적인 공간을 마련하면서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절대빈곤층은 11.47%로 4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으나 이들이 갈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1.5%에 불과해 6만여 명의 대기자는 '공가(空家-퇴거가 되어 빈집이 된 상태)'가 발생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정부정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열악한 주거인 쪽방, 여인숙, 고시원 등을 찾게 된다. 서울의 경우 역주변에 밀집된 쪽방은 2003년 기준으로 3년 전에 비해 1,271여 개가 증가한 4,247여 개이고, 전국적으로는 9,030여 개에 이른다.

지난 6월 8일 건설교통부는 '서민 주거복지 확대방안'을 통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건설교통부는 2007년까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을 종전 23%에서 16%로 줄여 100여 만 가구의 주거수준 상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빈곤사회연대(준) 등은 이러한 정부 정책이 2인 이상 가족을 위주로 한 다가구 주택에 국한되어, 쪽방, 여인숙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1인 가구를 묵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영등포구청 공원녹지과 라옥임 씨는 "올해 추경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영등포 2동 쪽방은 철거하지 못한다. 거주자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보상할 뿐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