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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요지부동 대학, 성난 노동자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 한때 본관 점거

최근 고려대가 청소용역업체 선정을 계기로 노동형태를 변경(시간제․교대제)하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본관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2004년 6월 26일자 인권하루소식 참조>

28일 낮 12시 고대 본관 앞에 모인 80여 명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본관 안으로 진입해 1층 총무처 밖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28일은 학교측과 새 용역업체가 도급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진 날. 노동자들은 그 동안 학교측이 “노동형태 변화나 저임금 문제는 용역업체 소관”이라고 떠넘기며 새 청소용역업체와의 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데 대해 항의하며 계약 체결 전에 노동자들과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점심시간이 끝나는 1시경 자진 해산했다.

이에 대해 고대 학생모임 ‘불철주야’ 박장준 집행위원장은 “그 동안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이 학교와 용역업체가 맺는 계약을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어왔는데도 항의 한번 할 수 없었다”며 “오늘 집회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학교라는 것을 인식하고 정면으로 항의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고대 학생들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모인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 노동권 쟁취 공대위(준)’는 학교측과 면담을 가지고 전원 고용승계 보장, 용역계약서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노동형태 변경 문제는 365일 깨끗한 학교를 위해 포기할 수 없고, 계약서는 학생이든 노동자에게든 절대 보여줄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한편, 애초 학교측이 제시한 도급비는 지난 25일 발표되어 9월 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액 64만1840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적은 액수로 알려졌다. 자연계 캠퍼스 용역업체로 잠정 선정된 제이디원 관계자는 “최저임금액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 현재 입찰액으로는 9월 이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인상분을 보전 받기 위해 학교측과 협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28일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던 용역계약은 29일 또는 30일로 늦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