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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동성애자 인권운동 10년 …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하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이 10년을 맞았다. 94년 남성동성애자모임 '친구사이'와 여성동성애자모임 '끼리끼리'가 결성된 이후 이들은 동성애를 '타락한 성' 이상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편견의 장벽에 균열을 내며 10년을 걸어왔다.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권운동을 모색하는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9일 친구사이는 '두 번째 커밍아웃-친구사이, 동성애자 인권 10년'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마련, 동성애인권운동 내부를 성찰하고 운동 전망을 논의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는 발제를 통해 현재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세 가지가 부재하다고 비판하며 자기반성과 애정 어린 충고를 포함하는 '비판과 견제의 문화', 장기적 전략과 효율적 전술을 뒷받침하는 '비전제시', '연대 모색'을 꼽았다. 한 부대표는 앞으로 운동의 전문성을 위한 '전업활동가의 양성'과 사안을 공유하고 공동대응하는 '인권운동단체간 기본적 연대' 그리고 현실적 경험에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이론 개발과 교육'을 통해 동성애자인권운동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인권운동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의 견고한 차별과 편견의 벽을 부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동성애 관련 인권의제를 제기해왔다. 동성애자들을 위한 상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청소년 동성애 학교를 여는 등 동성애자들의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온 한편, 퀴어 영화제 개최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동성애자 차별을 삭제토록 요구하고 정부의 에이즈 정책이 올바르게 시행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97년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맞서 노동자 총파업에 결합하고, 98년부터 올바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인권단체 공동행동에 함께 했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의 박수진 활동가는 운동방식이 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커밍아웃 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그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은 실상 변한 게 거의 없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레즈비언들은 동성애자이면서 또한 여성이기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차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채윤 부대표는 억압과 편견이 생긴 원인으로 이제는 '이성애주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애주의'는 이성애자로 하여금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억압을 인지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미혼모, 결혼거부 미혼남녀까지도 억압한다는 것이 한 부대표의 주장이다. 한 부대표는 "앞으로 '이성애주의'에 대항해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피해 입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사이는 11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념식과 토론회를 개최하고 영화를 상영한다.(chingusa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