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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문사 진상규명 중단되어선 안된다"

의문사법 개정안 국회 표류…유가족들 노숙농성 나서


"의문사 진상 규명은 단순히 유가족들의 한풀이가 아닙니다. 다시는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학생운동에 헌신하다가 1987년 군입대 후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최우혁 씨의 아버지 최봉규 씨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28일 오전 11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대책위'와 '군사상자 유가족연대' 소속 유가족들은 한나라당사 앞에 모여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아래 의문사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투쟁 선포식을 갖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12월 말부터 해를 넘겨 같은 장소에서 14일간 노숙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유가족들이 한겨울 노숙농성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오는 2월 9일 임시국회 종료일까지 의문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이 오는 6월로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의문사위의 상설 기구화와 조사권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그 동안의 법률 개정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을 뿐더러 병아리 눈곱만큼 6개월, 1년 연장되었을 뿐"이라며 조사 기간의 연장과 함께 위원회의 상설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또 "법사위는 법 제정 당시부터 소관상임위였는데도 느닷없이 이번 개정을 앞두고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두 번씩이나 법안을 반려시켰다"며 법사위의 태도를 강력 비판했다.

'짧으면 15년, 길게는 30년'이나 되는 투쟁의 역사를 살아온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달 9일까지 노숙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부분이 일흔이 넘는 고령인 데다가 생계까지 포기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 떨고 정부와 거대 야당의 책임유기에 또 한번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