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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파병저지의 희망은 거리에 있다

기어이 침략군을 또 다시 이라크에 파견할 모양이다.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3000명 규모의 추가 파병안을 확정했다. 이 정도 규모면 전쟁 주도국인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규모 있는 침략국가 대열에 서게 된다. 이미 대통령과 4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이해된' 내용이니 국회에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다. 대략 내년 초 선발대가, 5월에는 본대가 파견된다고 한다. 지난 10월 18일 정부의 추가 파병 방침을 접한 이후, 시민들이 곡기를 끊고 예순이 넘은 원로들이 찬바람 이는 겨울 거리에 나섰건만, 현역 군인마저 고난을 감수하며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했건만, 이들의 바람은 고스란히 짓밟혔다. "파병 결정 때문에 우리 아빠가 죽었어요"라는 아버지를 잃은 딸의 한 맺힌 호소도 정부와 국회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못내 두려웠던지 정부는 "이라크의 평화와 전후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눈속임을 시도한다. 하지만 '평화재건부대'라는 명찰 하나 바꿔 단다고 미군의 동맹군으로, 이라크 점령군으로 군대가 간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비전투병이 섞인 혼성부대'라고 해서 파병반대 목소리가 잦아들 이유도 전혀 없다. 이라크인의 자치를 요구하며 점령군을 공격해온 이라크 저항세력들에게는 꺾어야 할 표적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한미동맹관계를 내세워 파병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국민들을 몰아붙인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정부안이 나오기도 전인 이달 초 "조속히 파병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내달라"며 보챘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파병안 확정 뒤 "미국 국무장관이나 국방 장관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며 한술 더 떴다. 지난 4월 1차 파병에 반대의사를 밝혔던 반전평화모임 의원들이 수두룩 깔려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는 여당으로서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침략전쟁이라는 본질은 입밖에 내지 않고 오직 국익을 핑계로 파병을 향해 달려가며 온 국민을 전범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파병동의안이 국회로 보내질 다가오는 주에는 더 이상 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거센 물결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뒤덮일 것이다. 이웃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전범국가 국민이 될 수 없다는 양심의 소리는 '추가 점령군'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이미 파견된 서희․제마부대마저 철수시키라는 목소리로 드높아지리라 믿는다. 희망은 오직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