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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신요양시설 인권침해, 보건복지부 뭐하나"

조건부 신고시설 인권유린 속속 확인…대책 마련 절실

알콜중독자와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조건부 신고' 복지시설의 인권침해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사회단체들이 자체 조사결과 드러난 인권침해 실태를 폭로하고 보건복지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등 7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조건부신고복지시설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아래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 양평 성실정양원(원장 김학념)과 충남 연기군 은혜사랑의집(원장 전월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대위는 지난 4일과 13일 두 시설을 차례로 방문, 수용자들과 면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관련기사 본지 2003년 11월 8일, 19일자 참조>

조사결과, 이들 시설에서는 △전문의 진단서도 없이 수용자를 감금하고 보호자 동의 없이는 절대 풀어주지 않았고 △수용자가 반항할 경우 징벌방에 가두었으며 △알콜중독자와 정신질환자를 함께 수용해 상대적 약자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폭력이 난무했다.

법적 검토에 나선 김칠준 변호사는 "가족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진단 없이 강제수용한 행위, 6개월마다 계속치료 여부를 심사하지 않고 계속 수용한 행위는 정신보건법 위반이며 형법상 감금죄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징벌방 문제에 대해서도 "격리 외의 방법으로는 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전문의 진단을 받고 격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폭행문제에 대해서는 "가해자는 물론 폭력을 방조하며 이를 시설 질서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운영자도 처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권침해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두 시설이 계속 운영될 수 있었던 구조적인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제공했다. 이들 시설은 각각 75년과 82년부터 별다른 법적 근거도 없이 운영되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조건부 신고' 지침에 따라 2005년 7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받고 지금까지 '반합법' 상태로 운영돼 왔다..

이에 대해 성실정양원을 관리감독하는 양평군 보건소 관계자는 "당시 보건복지부 지침이 시설기준과 관리인력만 갖춰지면 신고를 받도록 되어 있었고 2005년 7월까지 처벌이 유예되어 있는 상태"라면서 "시설 내 인권유린이 드러나도 행정기관에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경고나 이행촉구 정도밖에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대위는 "조건부로 등록한 시설들이 향후 서류 조건만 갖춰 합법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문제시설 관계자 형사처벌과 시설 폐쇄, 입소자 사후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에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사후조치를 마련하고 △시설 생활자와 운영자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 등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세우며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양성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