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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복지시설 민간감시단’ 제안

양지마을·송현원 보고대회 열려

최근 부랑인시설 ‘양지마을’과 아동보육시설 ‘뿌렌나 애육원’ 등에서 잇따라 시설운영자의 비리와 인권유린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각종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민간감시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은 종로성당에서 ‘양지마을․송현원 대책 마련을 위한 보고대회’를 갖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민간감시단 구성’이 제안된 까닭은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유린 시비가 일회적인 폭로 등에 의해서는 근절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구속된 ‘양지마을’ 이사장 노재중 씨가 87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다시 사회복지사업에 뛰어들어 ‘양지마을’에서 노예왕국을 건설한 것도 사건 이후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실적으로 관계당국의 내실 있는 지도․감독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회 일반의 관심도 희박한 상태에서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압력만이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권단체들은 민간감시단을 △사회복지 및 법학 분야의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사회복지 및 인권관련 단체 활동가 △사회복지 관련 전공 대학생 등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하며, ▶사회복지시설 현황 조사 및 보고서 발간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법적․행정적 제도 개선 노력 ▶시설과 근접해 활동할 수 있는 지역사회 조직의 발굴 등의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민간감시단 구성 문제를 사회복지계 등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뒤, 올해 안으로 민간감시단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사회복지시설 근본대책” 촉구

한편, ‘양지마을․송현원 보고대회’에 이어 열린 ‘양지마을․송현원 사건 사후대책에 관한 워크샵’에서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우리사회에서 부랑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교정되지 않는 한 구조적 문제는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기 인천은혜병원 건강관리소장은 “시설에 사회복지사조차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회복지사들이 시설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그들을 시설 내로 전진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대 박태영 교수(사회복지학)는 “지금 단계에서는 부랑인시설을 모두 해체해야 한다”며, “부랑인들을 분류해 정신질환자 또는 장애인 시설 등 전문기관으로 보냄으로써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부랑인들을 일시보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IMF 상황에서 앞으로 계속 늘어날 부랑인들을 계속 시설 내에 장기수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해결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대부분의 시설 비리가 토착비리로서 정치인과 연계되어 있다”며 정치인에 대한 압력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워크샵 도중 객석에서는 “시설 내에서 여성이 겪는 인권침해가 무척 심한데 그러한 사안 자체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특수교육학과에 재학중인 한 대학생은 “양지마을의 문제는 에바다농아원에서도 모두 발생했던 문제”라며 “매번 이러한 논의를 해본들 탁상공론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회의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조흥식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는 “매번 문제가 발생해도 시정되지 못했던 것이 우리 사회복지의 현실이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