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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모멸적인 계구 사용, 자살까지 부른다"

국가인권위, '구금시설내 계구 사용과 인권' 공청회 열어


"실제로는 손과 발에 각각 수갑과 사슬을 채운 뒤 손과 발을 몸 뒤로해서 이를 연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청중은 모두 숨을 죽였다. 계구 사용 시연이 진행되는 20여분간, 공청회장에서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와 탄성만이 흘러나왔다.

8일 오후 2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는 '구금시설내 계구 사용과 수용자의 인권'을 주제로 한 공청회가 열렸다.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청회는 구금시설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계구 사용을 시연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시범자의 손목에 금속수갑이 채워진다음, 다시 팔에 포승이 채워졌다. 다음은 가죽수갑. 양쪽 손목에 가죽수갑이 채워지고 수갑에서 연결된 끈은 허리에 붙어 조여졌다. 다음은 사슬. 양팔에서 시작한 사슬은 손목을 에워싸고는 다리까지 이어져 온몸을 감쌌으며, 이들 사슬의 풀림을 방지하는 자물쇠만 무려 5개가 넘게 채어졌다. 사슬착용 후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시범자를 두고 기자들은 한번만 다시 걸어달라는 주문을 연발했다.

시연이 끝난 뒤, 신양균 교수(전북대 법학)의 발표가 시작했다. 신 교수는 "계구의 종류와 사용요건은 수용자에게 고문에 해당하거나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며 "'유엔 피구금자처우 최저기준규칙'을 비롯해 '유럽형사시설규칙' 등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계구의 종류와 사용요건, 기간을 보다 명확하게 법률로 정하고 의사에 의한 계속적인 관찰과 감독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계구가 수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용 요건과 집행이 매우 엄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구가 남용되거나 형벌로써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계구 사용의 요건이 매우 포괄적이고도 모호한 점, 사용 기간에 대한 한계 설정이 없는 점 등이 계속 문제를 낳고 있다"며 "계구 중에 특히 사슬과 가죽수갑 등은 대표적 고문기구인 만큼, 이들의 사용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슬, 가죽수갑은 고문기구 해당"

이에 대해 김안식 교정관(법무부 교정과)은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계구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뒤, "지난 6월 27일을 기준으로 전국 45개 교정시설에서 계구를 착용하고 있는 수용자는 95명이며, 이중 91.5%는 자살이나 자해 방지용으로 계구가 사용되는 등 법에 따라 매우 제한적으로 계구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 교정관의 주장에 대해 올해 초 출소한 주용석 씨는 "교도소측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계구를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재소자들은 계구 사용으로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 씨는 "교도소에 있을 때, 9월 초에 긴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12일 동안 사슬에 묶여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등 매우 모욕적인 일을 경험했다"고 털어놓고 "구금시설 내에서 계구가 매우 자의적이고 억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는 최근 광주교도소와 전주교도소가 한 수용자에게 무려 466일 동안이나 가죽수갑 등 계구를 사용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계구 사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인식 하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최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