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 인권위 밀실인선, 관행으로 굳어지나?


"또 밀실인선이야! 이젠 규탄하기도 지겹다." 거듭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의 밀실인선이 또다시 반복되자,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허탈한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곽노현 전 인권위원의 후임으로 황태연 교수가 민주당의 추천을 받은 사실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해 황 교수의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번 달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임 인권위원으로 이흥록 변호사를 지명하는 과정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황 교수와 이 변호사의 인선과정에서 국민들은 두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인권위원으로 적합한지, 인권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접근과 의견 개진 자체를 차단 당했다. 권력기관의 인권침해에 맞서 싸워야 할 인물들이 철저히 권력기관의 밀실에서 인선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 떡이 상했건 상하지 않았건, '주는 떡이나 받아먹어라'는 식이다.

민주당에서 인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권특위 김학주 부위원장은 황 교수의 추천 건에 대해 "우리 위원회에서는 논의한 적이 없으며,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반인권․비리 전력자 류국현 전 위원의 퇴진투쟁을 벌이던 올해 초에도 청와대는 류 위원의 인선과정을 묻는 인권단체들의 질의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밀실인선에 관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원천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향후 밀실인선이 또 다시 재현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인사청문절차 등을 명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밀실인선은 정말 관행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인권위원은 다양한 사회계층이 참여하는 가운데 공개적이고 투명한 검증절차를 거쳐 인선돼야 한다'는 파리원칙(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원칙) 등 국제기준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