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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존권 찾으러 새벽길 달려온 화물노동자

운송하역노조, 전근대적 지입제·중간착취 철폐 상경투쟁


31일 과천정부청사 앞은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새벽길을 뚫고 달려온 2천 여명의 화물운송노동자들로 꽉 들어찼다. 전근대적인 지입제에 의한 노동착취와 생존권 박탈이 이들로 하여금 일손을 놓고 투쟁에 나서도록 만든 것이다.

과천정부청사 앞에 모인 2천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65시간을 운행하고 한 달에 절반을 차안에서 자면서 일하는 데도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해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실정"이라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지입제의 철폐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90년대 중반부터 화물운송업체들은 정규직으로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차량을 강제로 불하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97%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을 지입차주라는 특수고용비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로써 회사는 운송비용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동시에 지입료를 착복했고, 노동자들은 지입차주란 허울을 걸치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착취에 시달리면서도 노동3권은 물론 4대보험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왔다.

운송하역노조 김종인 위원장은 "지입차주들은 산재보험에서도 배제되어 개인보험에 들어야 하나 대부분 계속된 적자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다쳐서 일을 못하는 동안의 소득손실도 지입차주가 모두 감수해야 한다"고 전한다.

또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차주이면서도 차량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어이없는 현실에 분노를 토했다. 4년 전 지입차주가 된 심두섭씨는 "회사가 지입된 차량으로 보증을 서 노동자들에게 차량구입을 강제하는 바람에, 내 차는 작년 3월부터 압류된 상태"라며 현대판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지입제의 전근대성을 폭로했다.

이에 더해 8천여 개에 이르는 알선업체들에 의한 이중삼중 중간착취도 그들의 생존을 옥죄고 있다. 오윤석 경인지부장은 "잠을 설치며 서울-부산을 뛰어도 다단계 알선업체들의 중간 착복비와 기름 값을 빼고 남는 돈은 5만원, 그나마도 지입료, 보험료 내고 나니까 적자"라며 참담한 상황을 토로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얼마 전 경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2006년까지 경유가격을 휘발유의 7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비싼 골프채나 호화 사치품에 붙이는 특소세를 생업을 위한 경유에 적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이는 곧 화물운송노동자에게 더 이상 운행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결의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운송하역노조 대표단은 노동부·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 등 4개부처와 1시간30분 가량 면담을 가졌다. 면담자리에서 대표단은 △노동자성 보장 △지입제 철폐 △경유세 인하 △다단계 알선 근절 등을 포함한 10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각 부처의 해결방안을 오는 12일까지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