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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심층 분석> 삼청교육, 사회적 생명마저 끊어놓은 국가범죄!


80년 8월 군사정권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아래 국보위)의 '삼청5호계획'에 따라 6만여 명을 검거, 그 중 4만여 명을 군부대에 수용해 '죽음의 순화교육'을 시켰다. 영장도 없는 체포와 구금, 강제노역과 구타, 심지어 살인까지. 삼청교육이 자행한 인권유린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 피해자들은 대부분 힘없는 약자들이었다. 그들은 공무원의 비리를 진정하거나, 폐수가 쌓이는 것에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89년 국방부의 발표만으로도, 부대 내에서의 사망자가 52명,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3백97명, 행방불명자가 4명, 심각한 정신장애를 겪는 등의 상해자가 2천6백78명에 이른다.

국가범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가는 10여년간 조직적으로 삼청교육의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범법자, 깡패, 사회악'으로 매도하면서 그들의 사회적 생명도 끊어놓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소한 89년까지 삼청교육대 관련자를 체계적으로 전산관리 해왔다." 삼청교육대인권운동연합 전영순 회장은 "이사할 때마다 동사무소로부터 순화교육 이수자임을 확인하는 섬뜩한 전화를 받았다. 심지어 89년에는 나의 주민등록초본 위에 '순화교육이수자 정화담당문의'라고 쓰여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아연실색했다"고 증언한다. 전 회장은 또 "당시 국보위는 무려 1백3십1만여명에 달하는 사회정화추진위원을 두고 불량배 색출과 캠페인을 전개하였는데, 그 캠페인이란 삼청교육대 갔다 온 사람들을 '인간 쓰레기'로 각인시키는 세뇌작업에 다름 아니었다"며, 인권유린을 당하고도 그 사실을 숨겨야 했던 피해자들의 기막힌 세월을 한탄했다.

그러나 이 명백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88년 당시 국방부장관은 '삼청교육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피해신고까지 접수했지만, 아무 보상 없이 14년이 흘렀다. 국회 또한 뒷짐만 지고 있었다. 89년부터 13·14·15·16대 국회에 걸쳐 제출된 '삼청교육 피해자에 대한 배상 특별법안'은 심의 지연과 무성의로 모두 자동 폐기되었다. 검찰과 사법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형식적 논리로 매번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의문사위는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삼청교육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조사 시한과 권한의 한계 때문에 의문사위가 밝힌 진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의문사위의 권고대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규명'의 의무는 새 정부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과거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는 정부는 공범자임을 자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실규명이 되지 않는 한 삼청교육에 의한 인권유린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