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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백혈병환자들, 노바티스 기습 점거

"생명을 담보로 배불리지 말라"


글리벡 약값인하와 보험적용확대를 위한 백혈병환자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이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10시경 20여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이 노바티스사를 기습 점거했다. 농성으로 이미 건강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이 정부의 무능력과 침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제 직접 노바티스를 상대로 약값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환자들은 노바티스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진행하면서 "작년 7월 노바티스는 초기 만성백혈병 환자들에게도 글리벡 약값 보험 적용을 가능케 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즉각적인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그동안 만성백혈병 환자의 70%에 해당하는 초기 백혈병환자들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그리고 노바티스의 책임 떠넘기기로 보험적용을 전혀 받지 못해, 한 달에 3백-6백 만원에 이르는 약값을 부담해 왔다.

환자들은 또한 최근 노바티스가 보험을 적용받고 있는 환자에 한해 글리벡 약값의 10%를 무상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고가의 약값을 고수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더구나 10%의 무상 지원은 언제든지 철회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환자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서는 약값인하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계속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민중의료연합 권미란씨는 "환자들의 약값인하 요구는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글리벡은 노바티스만의 노력이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환자들의 탄원, 세금 등 공공의 노력에 의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특허권을 무기로 어마어마한 이윤을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며,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불리는 행위를 비판했다.

그동안 노바티스는 1조원의 연구개발비용을 들먹이며 고가의 약값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노바티스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이 회사가 지난 1년8개월 동안 글리벡으로 벌어들인 총 매출액이 약 1조4백4십억 원에 달해, 개발비용이 2년도 못돼 전부 회수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환자들은 "노바티스가 약값을 인하하지 않는다면, 지난달 26일부터 시판된 인도 제약회사의 글리벡 카피약을 개별적으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카피약의 가격은 글리벡 약값의 약 14%에 불과하다.

이날 점거 농성은 2시30분께 경찰들이 환자들을 강제연행하면서 5시간만에 끝났다. 경찰의 강제연행은 환자들과 노바티스측이 곧이은 면담을 합의한 직후에 기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환자들은 경찰의 기습 침투에 대해 노바티스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 보고, '합의결렬과 함께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통보했다.

한편 강제연행 과정에서 백혈병환우회 간사 김상덕씨가 출혈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