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검찰, 목격자 진술 안 믿겠다?

'경찰의 김준배 구타' 의문사위 결정 뒤집어

97년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 씨 사망사건과 관련, 지난달 30일 검찰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위)가 확인한 경찰구타 사실을 전면 부정해 논란을 낳고 있다. 광주지방검찰청(아래 광주지검)은 사건 당시 경찰의 구타장면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목격자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의문사위에 의해 고발된 경찰을 무혐의 처리했다.

광주지검은 불기소처분 결정문에서 "피의자가 김준배를 화단 위에서 발견하는 순간에는 이미 그 주위에 경찰관들이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이들 동료 경찰의 '구타 장면을 보거나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진술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엎드려 쓰러져 있는 사람을 몽둥이로 가격한 후에도 … 다시 발로 짓밟았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광주지검은 일본 법의학자의 감정결과에 대해서도 △내부 장기손상의 발생시차에 대해 법의학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고 △구타에 상응할 만한 신체외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조사했던 김상구 의문사위 전 조사관은 "의문사위 조사에서 구타사실은 명백했다. 쟁점은 구타여부가 아니라 구타가 김준배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였다. 그런데 검찰이 구타한 사실조차 부인하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이 현장 경찰관의 주장을 결정적인 증거로 삼은 것에 대해 김 조사관은 "중요한 것은 피의자가 화단에 도착했을 때부터 끝까지 그와 함께 있었던 경찰관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단지 그들이 못 보았다고 해서 구타사실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반박했다. 이어 "'엎드려 쓰러져 있는 사람을 구타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구타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검찰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연대회의 정윤희 사무처장도 "검찰이 직접 목격한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 부정하면서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대부분 추정에 근거해 결정했다"며, "이는 의문사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검찰의 횡포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의문사위는 9일 긴급회의를 열고 광주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재정신청을 내기로 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사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독단적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를 말한다.

이에 앞서 의문사위는 지난해 8월 추락과 경찰의 폭행이 복합적으로 김준배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전남지방경찰청 이모 경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의문사위 결정의 근거는 △추락한 직후 경찰관이 김준배 씨를 구타하는 장면을 아파트 2층에서 목격한 주민의 증언 △내부 주요장기 손상의 발생시차를 고려할 때 추락이후에 별도의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일본 법의학자의 감정 소견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