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해설> 주거빈곤자의 주거권 확보에 우선을

2000년 9월 건설교통부는 '4인 가구 최저면적 11.2평, 전용 부엌 및 화장실 확보, 적절한 환기, 채광 및 냉난방 설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최저주거기준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2002년 하월곡동 산2번지, 77번지에서 엿본 달동네의 주거환경실태는 이러한 최저주거기준이 과연 정책지침으로서 주거정책에 반영되어왔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재개발은 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박탈하는 것이었다.

철거지역 세입자에게 공급되는 1,500만원 보증금의 임대아파트는 가난한 달동네 세입자들에게 너무 비싸 대안적 주거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잠정적 재개발 후보지로 옮겨 다녀야 했다. 한편,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위한 영구임대주택은 93년 이후 더 이상 짓지 않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식 대기자만 3만5천여 명에 이르고, 서울지역의 경우 지구에 따라 2-3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최저생계를 겨우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기존 입주자를 내쫓는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또 다시 주거빈곤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적절한 주거를 향유할 권리'는 세계인권선언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아래 사회권규약)을 비롯한 여러 국제인권규약들에서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된 지 오래다. 특히 한국정부가 가입한 사회권규약은 주거빈곤자의 주거권 확보에 우선성을 둔 주거정책을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주거빈곤자에게 대안적 주거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당연한 의무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거권운동진영은 1998년 말부터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최저주거기준, 주거환경개선, 임차인과 철거민보호' 등을 규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주거기본법' 제정을 주장해왔다.

보편적 인권은 일정한 국가의무를 발생시킨다. 최저주거기준의 현실화에 목표를 둔 △공공임대주택의 확충 △부담능력에 따른 주택가격 차등 적용 △주거비 보조제도 시행 등의 조치는 국가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