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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넷 의사표현에 뒤통수

경찰, 사회단체에 IP추적 요청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의견 표명에 경찰이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IP추적 수사에 나섰다.

최근 경찰은 16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됐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 등 사회단체에 공문을 보내 글 작성자의 IP추적 수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선관위는 선거기간 이전부터 후보와 관련된 지지 혹은 반대 글을 삭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차장은 이 같은 선관위의 삭제 요청과 경찰의 수사의뢰가 모두 20여건에 이른다면서 "민주노총 자체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조합원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오고가는 게시판의 글을 삭제하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홈페이지 첫 화면을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화면으로 장식한 것이나 관계지 <노동과세계>의 기사는 선거법위반이 아닌데, 똑같은 내용을 옮겨 놓은 게시판 글이 선거법 위반이냐"며 어이없어 했다.

이에 김기중 변호사는 "선거법으로는 특정 후보의 낙선 혹은 당선을 목적으로 쓴 글인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수사기관에 의한 자의적 처벌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의 경우는 특정후보의 지지 목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 쉬운 반면, 개인의 정치적 발언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법의 포괄적 규제의 문제를 우려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도 "네티즌이 정치를 바꿨다고들 말하는데, 한편에서는 단순한 지지나 반대 글도 삭제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선관위의 부적절한 법 적용과 경찰 수사를 꼬집었다. 장 실장은 "미국에서도 인터넷 낙선운동이 무죄가 된 전례가 있다"며 "사람을 동원해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야겠지만, 지금처럼 일반인의 정치적 발언과 개인의 의사표현을 수사하는 것은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위축시키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두 차례의 선거를 치르면서 '입은 풀고 돈은 묶었다'는 선거법이 오히려 인터넷을 통한 일반인들의 정치 참여와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는 모순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