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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주노동자 자녀, 교육권 문제 시급

"우리도 정상적으로 학교 다니고 싶어요"


이 땅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이미 10년을 넘어섰다. 그 동안 한국사람과 혹은 이주노동자 끼리 결혼해 태어난 수많은 이주노동자 2세가 있다. 또는 본국에서 살다가 가족을 따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해 온 아동들도 많다. <인권하루소식>은 앞으로 주1회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교육, 건강, 보육 등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주】

UN이 제정한 국제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그 신분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이들 이주노동자 2세의 교육권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그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많은 이주노동자 2세들의 경우는 어떨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2세들 중에서도 몽골인들의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몽골인들은 이주해올 때 2세들도 함께 데려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 2세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아직 어린 반면, 몽골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은 대부분 취학할 나이다.

몽골인 오동추야 씨는 "정부의 지침으로 현재 학교를 다니는 몽골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학교를 다니다가 적응을 못해 그만둔 아이들도 꽤 되는 편"이라며, "그만둔 후에는 그대로 방치되거나 사설학원을 다닌다"고 말한다.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몽골인 미라 씨도 "군포 등에 사는 많은 몽골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학교가 아닌 미술, 영어 학원 같은 사설학원을 다닌다"고 말한다.

설령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들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출입국사실 증명서류가 필요하다.

몽골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몽골학교'의 정혜승 선생님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의 신분인 이들에게 그러한 서류가 있을 리 만무하다"며, "이 때문에 서류를 위조하거나 제대로 된 학생이 아닌 단지 '청강생'의 신분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결국 이런 경우 학교를 다녀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거나 아예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몽골학교'에는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졸업장이 없어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한 몽골아이의 사례가 접수되기도 하였다. 제보자는 "여기저기 다른 초등학교를 알아봤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겨우 우리 학교에 청강식으로 들어온 학생입니다 … (중략) … 중학교 진학을 위해 전부터 방법이 있을 거라고 제가 용기를 주고 있었는데, '넌 중학교 못 가니까 학원을 알아봐라'는 얘기를 들어 얼마나 상심이 컸을지 제가 마음이 다 아팠습니다"라고 말했다.

'몽골학교' 정혜승 선생님은 "이주노동자 2세들의 교육 문제는 한국의 공교육 내에서 해결하는 방향과 그들의 정체성에 맞는 대안학교 설립, 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특히 몽골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