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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그림의 떡, 학교선택권

입시경쟁 과열시킬 자립형 사립고 주장 ‘삐죽’

최근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 도입하자는 주장이 정부자문기관 및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끊임없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어, 교육불평등의 심화와 입시경쟁의 과열이 우려된다.

지난 17일 양승두 연세대 교수는 전경련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가 헌법 제31조 1항의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문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자립형 사립고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4일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위원장 배무기 울산대 총장, 아래 위원회)도 대통령 보고에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도입 및 확대를 제안하며 “교육여건, 재정 자립도, 장학금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희망사학을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는 학생을 자체적으로 선발할 수 있고,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 이내에서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요건 상 재단에서 부담해야 하는 재정이 20%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재정 대부분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도입하자는 쪽이 우선적으로 꼽는 찬성 이유는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학교선택권 보장’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단체나 학생단체는 어떻게 생각할까?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교육자치지원국장은 “학부모와 학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것 좋지만, 지금의 교육제도에서 자립형 사립고 제도가 보장하는 선택권이란 기부금, 높은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보장된다”며 “결국 교육에서의 빈부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자립형 사립고 제도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전국중고등학생연합 조상신(고2) 씨도 “자립형 사립고는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사회 진출을 불평등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립형 사립고제 찬성론자들이 근거로 드는 또 한 가지는 ‘교육의 다양화’다. 그러나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자립형 사립고는 오히려 입시 중심의 획일적 교육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교육전문 월간지 『우리교육』의 신수진 팀장은 “전반적인 교육의 질이 확보된 상태에서 각기 다른 특성과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학교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자립형 사립고는 입시경쟁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 경우 다양한 학교 선택의 여지란 없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많은 사립학교들이 너도나도 자립형 사립고를 하겠다고 하는 건 점수가 우수한 학생들을 자체적으로 선발할 수 있고,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의 박 국장는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하는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공교육 속에서 실현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대)는 “자립형 사립고 제도에 대한 찬반 입장 각각에는 똑똑한 사람끼리 모여 교육받는 게 좋다는 생각과 성적이 좋든 나쁘든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교육받는 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진정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의 방향이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