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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외국인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국내에 체류중인 중국반체제인사가 당국으로부터 강제추방 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99년 한국으로 건너와 해외중국민주연합 한국지부장으로 활동해 온 중국인 쉬보는 '국내에서 중국반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세 차례나 강제추방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국정부는 오래 전부터 외국인들의 '정치활동'을 억압해 왔고, 쉬보의 사례는 그 연장선에 있는 일일 따름이다. 이주노동자 인권투쟁을 활발히 벌였던 방글라데시인 비두와 꼬빌, 중국동포 4명의 경우엔 이미 혹독하게 '정치활동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당국은 지난 4월 "집회에 참여하는 불법체류자들을 강제퇴거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더니, 9월 들어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을 빌미로 이들을 연행한 뒤 강제출국시킬 날짜만 꼽고 있다. 앞서 99년에는 서울국제노동미디어 행사에 참석하려던 독일 브레멘대학의 홀거 하이데 교수와 미국의 노동운동가 스티브 젤쩌 등 해외의 진보적 인사들이 아예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우리의 법률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는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고, 이를 어기는 외국인은 언제든 강제추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마 나라밖에 알리기도 부끄러운 이 법률이 존재하는 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인권의 불모지'일 뿐이다.

반면 나라밖에선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99년 시애틀 시위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반세계화 시위와 관련, 각 나라는 외국인들의 입국과 시위 자체를 봉쇄하진 않았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사들은 '민간인학살 사과'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미국의 시내 한복판에서 벌이기도 했다. 이들에 비하자니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처지가 너무도 초라하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인종·피부색·성·언어·종교·민족적 출신 등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이라 해서 '표현의 자유'를 차별적으로 적용할 이유는 없다. 그들의 표현이 제한돼야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의 원칙에 해당하는 경우여야만 한다. 지금은 강제추방 운운할 때가 아니라, 수치스러운 반인권 법령부터 서둘러 개정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