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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복직투쟁 2년, 고공농성 끝 결실

중앙일보 인쇄 해고노동자 순차적 복직 합의


폭우와 바람에 맞서며 지상 50미터 높이의 고공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벌였던 중앙신문인쇄지부 조남영 전 위원장이 복직투쟁 2년 만에 다시 자신과 동료들의 복직을 약속 받았다.

지난 6일 낮 조 씨는 언론노조와 A프린팅 박두원 사장간의 원직복직에 관한 합의문을 전달받고 21시간만에 농성을 풀었다. 합의 내용은 해고자 7명 중 6명을 2개월마다 A프린팅에 복직시킨다는 것. A프린팅은 중앙일보의 인쇄업무를 맡은 중앙일보의 자회사다. 그러나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은 나머지 한 명의 복직 여부는 추후 협의키로 했다.

중앙신문인쇄지부는 2000년 6월 5일 중앙일보를 인쇄하는 중앙기획과 동양기획의 노동자들에 의해 결성됐다. "동료들이 대량해고를 당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벙어리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조 씨는 노조 결성의 이유를 말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민주노총과 연계하지 말라, 조합원을 확대하지 말라'는 등 부당한 요구를 했고,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를 폐업한 뒤 이름만 J프린팅으로 바꿨다(다시 A프린팅으로 개명).

회사의 위장폐업으로 132명의 조합원 모두가 일자리를 잃은 상태에서,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을 복직시키는 대신 노조 집행부 13명은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회사측의 제안을 수용하게 된다. 당시 중앙일보 부사장과 A프린팅 박두원 사장은 6개월 내에 13명도 복직시키겠다고 구두 약속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해고자들의 복직투쟁도 다시 시작됐다. 얼마 후 집행부 6명의 복직을 받아들인 박두원 사장은 올 2월 '더 이상의 복직은 없다'고 통고했다. 남은 해고자들은 박 사장의 집과 중앙일보사 앞에서 시위를 전개했지만, 7월 이후론 중앙일보사의 위장집회신고로 인해 더 이상의 시위도 불가능했다. 그것이 고공전광판 농성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었다.

두번째 '복직' 약속을 받아냈지만, 조남영 씨는 결과가 흔쾌하지만은 않다. 동료 한 명의 복직 문제가 남아 있고, '순차 복직'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도 두고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회사가 처음부터 약속을 지켰다면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움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